노르웨이 이슬람 사원 총격범, 뉴질랜드 테러범 칭송… “그가 날 선택했다”
지난 주말 노르웨이의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도 최근 잇따르는 백인우월주의와 반(反)이민 정서 등 극우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테러 시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용의자가 범행 직전,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테러범을 칭송하고 ‘인종 전쟁(race war)’을 선언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조기 진압된 이번 사건에선 희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최근 서구에서 비(非)백인ㆍ이민자 등에 적대적인 백인민족주의(White Nationalism)가 갈수록 확산되는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찰은 전날 오후 수도 오슬로 인근 도시 베룸의 ‘알 누르 이슬람 센터’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테러 행위 시도’로 규정했다. 범인인 백인 남성 필립 만스하우스(21)는 방탄복과 소총 두 자루, 권총 등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사원에 진입, 총격을 가했으나 기도 중이던 70대 신도에 의해 제압된 뒤 경찰에 체포됐다. 경상자 외에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다만 만스하우스의 자택에서 그의 의붓여동생(17)이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그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주목할 대목은 만스하우스가 공격 몇 시간 전, ‘엔드챈(Endchan)’이라는 극우 성향 사이트에 올린 성명이다. 여기서 그는 지난 3월 무슬림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 사건의 범인인 브렌턴 태런트를 언급하며 “성인(Saint) 태런트에 의해 선택됐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내 차례가 왔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실제 삶에서 ‘인종 전쟁’의 위협을 마주해야 한다”고 썼다.
특히 만스하우스는 “태런트가 이슬람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아울러 지난 3일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응하겠다며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 22명을 숨지게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21)에 대해서도 “국가를 되찾는 싸움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가디언은 이 글에 대해 “우익 극단주의의 연속적인 공격이 전 세계에서 지지자를 모으고 있다는 두려움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군에 협력한 노르웨이 정치인 비드쿤 크비슬링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모방 범죄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터 노이만 런던 킹스칼리지 안보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느슨하게 조율된 극우 세력의 연쇄 공격을 보고 있다”며 “그들의 궁극적 동기는 ‘인종 전쟁’의 시작이며, 공격 수행 후 타인들이 자신들을 뒤따르도록 고취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에이트챈(엘패소 테러범이 게시물을 올린 사이트) 폐쇄로 극우주의자들의 가상 네트워크가 제거됐다는 생각은 오류”라며 “그들은 다른 온라인 게시판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