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로 이름난 스페인 동부 팔마 데 마요르카에서 불법으로 간주됐던 투우 경기가 2년 만에 재개돼 해묵은 투우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이 지역에서 투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투우 금지”를 외치는 동안 투우 지지자들이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자유”를 외치는 대소동을 빚었다고 전했다.
이날 스페인 발레아레스제도의 도시 팔마 데 마요르카에 위치한 콜리세오 발레아르 경기장은 개장 90주년을 맞아 투우 경기를 개최했다. 이에 반발한 동물보호단체 회원 400명은 투우는 “예술이 아니라 고문”이라며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한 시위자는 경기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몸에 “투우는 이제 그만”이라고 적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이에 맞서 투우에 찬성하는 측은 시위대의 항의 소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이들은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며 ‘카라 알 솔’이라는 음악을 재생하기까지 했다. 이 곡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곡으로, 스페인에서는 파시즘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금지곡 대접을 받고 있다. 스페인 매체 엘페리오디코는 극좌 성향 정당 포데모스 측이 “공공장소에서 프랑코 시대를 찬양하는 음악을 재생한 것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며 크게 반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요르카는 전통적으로 매년 8월에 투우 경기를 주최하는데 이번 경기는 2년 만에 열렸다. 지난 2017년 7월 발레아레스제도의 지역 자치정부는 투우를 금지하며 소를 잔인하게 죽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를 유도한 바 있다. 투우사의 창과 같은 전통 투우 경기에서 사용되는 무기는 일체 사용불가하고 소를 유인하는 용도의 망토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만유로(1억4,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2018년 스페인 대법원은 투우가 국가 문화유산이라며 이러한 금지법을 뒤집었다. 스페인 헌법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의 결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디언은 스페인에서 “투우는 신문의 스포츠 면이 아닌 문화 면에 다뤄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물권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스페인에서 투우는 정치 이슈로까지 부상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스페인 대법원은 투우 금지에 반기를 든 토르데시야스 시의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스페인 최대 투우 축제 ‘토로 데 라 베가’ 금지 결정을 확정했다. 이는 스페인 동물보호당(PACMA)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위도 지속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투우 소와 함께 달리는 축제인 ‘산페르민’을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반라 차림으로 등에 칼이 꽂혀 죽은 소의 모습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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