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미 워싱턴주 사이프레스섬 인근 연어 해상양식장의 무너진 그물 담장 모습. 지역 비영리 독립언론 kuow.org 사진.

2017년 8월, 콩알만 한 달이 거대한 태양을 완벽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서부터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이르기까지 호를 그으며 전개될 거라는 소식에 세계인들의 이목이 온통 쏠려 있던 무렵, 북서부 워싱턴주의 낚시꾼들은 캐나다 밴쿠버 국경의 벨링엄만(Bellingham Bay)과 세미쉬만, 러미아일랜드를 비롯한 여러 섬들 사이의 바다를 누비며, 역시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무제한 연어 낚시의 호기에 몰두했다. 워싱턴주 어류 및 야생동물보호국(FWS)이 연어 포획 개체 수 및 크기 제한을 전면 해제한 덕이었다. 반면에 대부분 인디언 원주민인 지역 어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심각한 환경 재난 위기에 초긴장 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그 해 8월 19일, 워싱턴주와 밴쿠버섬 사이 작은 섬 사이프레스섬(Cypress Island)의 해상 연어양식장인 ‘쿠크(Cooke) 양식장’의 그물 담장이 무너졌다. 마침 만조였고, 파도가 유난스러웠다고 한다. 양식장 측은 30여년 사이 처음 겪은 ‘자연재해’라고 해명했다. 어쨌건 30여만마리 성체 연어 중 20만여마리의 ‘대서양 연어’가 고향 대서양의 큰 바다로 탈출했다.

연어는 회귀성 어류다. 민물 하천 상류에서 부화한 뒤 대양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다시 그들이 부화한 민물로 돌아온다. 한때의 경유지여야 할 사이프레스섬 인근 바다생태계는 엄청난 규모의 양식 연어 떼의 습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자연 연어가 회귀를 시작하던 때여서 종간 교배와 환경 교란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사고 위험 때문에 알래스카주 등은 해상 양식을 금지하고 있다.

FWS는 어민들과 함께 어군탐지기와 트롤 어선을 동원해 양식 연어 포획에 나섰다. 연어낚시 규제도 풀었다. 낚시 면허만 있으면 무제한 포획할 수 있게 했고, 잡은 연어를 판매도 할 수 있게 했다. 낚시꾼들로서는 어민 생계와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주 정부는 양식장 측에 규정 위반 등 혐의로 33만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 등은 양식장과 감독기관 등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태는 아직 진정되지 않았고, 여파는 의외로 장기화할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그 사고를 모티프로, 비범한 한 무리 양식 연어들의 천재적이고도 영웅적인 집단 탈출극 대해양 시나리오 1편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최윤필 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