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네트워크’, 친일 잔재 조사
가이즈카 향나무ㆍ설송ㆍ연산홍 등
“친일 인사 작사ㆍ작곡 교가 여전히”
일제 강점기 개교하는 등 일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산지역 일선학교에 친일 잔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12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중앙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동항초등, 천가초등 2개 초등학교에선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할 수 있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으며, 명륜초등학교는 욱일기를 형상한 교표 디자인을 2017년 수정하기도 했다. 이들 학교는 모두 일제 강점기 개교했다.
일본 향나무를 비롯한 일본 원산지나 대표 수종 등을 교목이나 교화 등으로 사용하는 학교도 부산에서 10곳 중 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향나무(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하고 있는 학교는 122곳. 가이즈카 향나무는 1909년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국채보상운동이 진행되던 대구에서 의도적으로 기념 식수해 조선침탈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관공서는 물론 학교와 공공시설에도 심기 시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23개 학교는 히말라야시다(설송), 33개교는 연산홍, 16개교는 국화, 3개교는 벚꽃을 각각 교목으로 하고 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설송은 일본이 3대 미수(美樹)로 꼽은 나무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국내로 들어와 퍼진 대표적 수종”이라며 “연산홍과 국화, 벚꽃은 일본이 원산지이거나 일본 왕실의 상징 또는 일본 국화로, 교목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16개 학교에서 친일 인사가 작사ㆍ작곡한 교가를 여전히 부르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일본 강점기 때부터 사용되는 담임, 교감, 각종 상장(개근상ㆍ정근상ㆍ표창장), 애국 조회, 조회대, 주번제 등의 용어가 다수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부산시교육청에 학교 내 일제 잔재를 전수 조사해 없앨 수 있는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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