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라 서울 직장인의 출근 시간은 늦춰지고 퇴근 시간은 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출근 시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이던 강남역과 선릉역은 가산디지털단지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집과 회사가 같은 자치구에 있는 서울 직장인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베드타운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은 까치산역과 장암역 주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08년과 지난해의 지하철 이용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직장인의 출퇴근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연구소가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역삼, 강남, 선릉역이 있는 동남권 지역은 작년 오전 9시대 출근(지하철 하차) 비중이 34.71%로 10년 전보다 5.83%포인트 높아진 반면, 7시대 출근(16.67%)은 1.6%포인트, 8시대 출근(42.28%)은 4.0%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는 서남권 지역도 오전 9시대 출근 비중이 27.98%로 10년 전보다 5.34%포인트 상승하고, 7시대(13.85%)와 8시대(53.91%)는 각각 1% 안팎씩 낮아졌다. 다만 국회 방송국 증권사가 몰린 여의도ㆍ영등포 일대는 10년 전보다 오전 7시대 출근이 4.76%포인트 올랐고, 대기업 본사와 공공기관이 밀집된 도심 지역은 시간대별 출근 비중이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퇴근 시간은 서울 모든 지역에서 오후 7시 이전 퇴근(지하철 승차) 비중이 10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 시청 주변인 도심권 직장인의 오후 6시대 퇴근 비중은 42.80%로 10년 전보다 6.84%포인트 뛴 데 비해 7시대는 5.04%포인트, 8시대는 3.76%포인트 각각 줄었다. 구로ㆍ가산 디지털단지가 있는 서남권 직장인도 오후 7∼8시대 퇴근 비중이 도합 8.9%포인트 줄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해 7월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부터 시행됐다. 이 때문에 시간대별 출퇴근 비중이 크게 변화한 지역은 선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대기업이나 조직문화가 보다 유연한 IT기업들이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서울 시민은 출퇴근에 하루 평균 1시간 8분(편도 33.9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돼 10년 전(2008년 1시간 9분, 편도 34.5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거주하고 있는 지역(자치구) 내에서 통근하는 직장인은 출퇴근에 평균 42분(편도 2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집과 회사가 같은 지역 내에 위치한 직장인은 2008년 전체의 42%에서 지난해 51%로 증가했고, 집과 직장 간의 거리가 가까운 ‘직주 근접’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지하철역별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승하차 인원수)는 가산디지털단지 여의도 합정 홍대입구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삼성 선릉 강변 청량리역은 줄어들었다. 특히 가산디지털단지의 출근 시간대 하차 인원 순위는 2008년 10위에서 지난해 1위를 기록, 2008년 당시 1위였던 강남역(2018년 6위)과 2위 선릉역(2위)을 제쳤다.
출근 시간대 승차 인원 비중(승차인원/승하차인원)을 ‘베드타운’ 지표로 삼아 분석한 결과 까치산역(2ㆍ5호선)과 장암역(7호선)의 승차 인원 비중이 88%로 가장 높았고, 이어 7호선 마들역(87%), 5호선 신정역(86%), 4호선 쌍문역(86%)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하차 인원 비중(하차인원/승하차인원)이 큰 ‘오피스타운’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94.4%)이 1위였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이용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베드타운을 시각화하면 지역 내 총생산이 낮은 서울 서부와 동북부 경계 주변에 주로 분포했다”며 “베드타운과 오피스타운 분석 결과는 앞으로 상권과 유동인구 분석, 부동산 가격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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