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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미나마타 협약(8.16)

입력
2019.08.16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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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수은 퇴출협약인 미나마타협약이 2017년 오늘 발효됐다. 한국은 서명만 하고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mercuryconvention.org
국제사회의 수은 퇴출협약인 미나마타협약이 2017년 오늘 발효됐다. 한국은 서명만 하고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mercuryconvention.org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만 일대 주민들이 집단 발작과 감각 장애 등 신경학적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 증상이 더 심했다. 역학조사 결과 수은이 원인 물질로 판명 났다. 공식 집계로 해당 지역에서만 2,200여명이 ‘미나마타병’으로 숨지거나 중독 장애 증상을 겪었다. 중세 연금술사들을 흥분시킨 신비의 은빛 유체 수은의 치명적 독성이 그렇게 밝혀졌다.

서양 중세 연금술사만 수은에 매료된 게 아니었다. 동양의 주술사들이 부적의 물감으로 이용하는 붉은 암석인 진사(辰沙, 혹은 朱沙)의 주성분도 수은이었다. 그들은 진사를 먹처럼 갈아 그 물감으로 부적을 만들고, 남은 진사의 액은 부적을 사는 사람에게 마시게 했다. 이미 몸속에 스민 나쁜 기운을 쫓기 위해서였다. 진사로 만들지 않은 부적은 ‘진짜’ 부적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도 그 수은가루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DP)에 따르면 오늘날에도 수은은 한 해 평균 8,900여톤이 물과 대기 중에 배출된다. 화산 분화나 산불, 암석 풍화 등 자연 활동으로도 배출되지만, 절반 이상은 산업 활동을 통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석탄 화력발전이고, 자동차 매연이고, 플라스틱 같은 유해 화학폐기물 소각이다. 실험실과 의약품 방부제 페인트 등에도 사용되고, 극히 최근까지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에도 미량이긴 해도 수은이 쓰였다. 전지, 형광등, 농약, 치아 아말감 등에도 수은이 들어간다.

수은은 분해되지 않아 축적되고, 임신 출산을 통해 태아에게 ‘유전’된다. 어패류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성들의 체내 수은 축적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수은을 배출하는 한국의 성인 혈중 수은 농도는 선진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높다.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은 보건과 환경을 위해 저 치명적인 유해물질의 사용과 소비, 유통을 규제하고, 폐기ㆍ저장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한마디로 수은 퇴출 협약이다. 미나마타 협약이 2017년 8월 16일 발효됐고, 2020년 이후 수은 제품 일체의 제조ㆍ유통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019년 8월 현재 128개국이 협약에 서명하고 111개국이 비준했지만, 2014년 9월 서명한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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