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청구서 날아올게 뻔해” 7월 방미 관련 선 그어…“日 수출규제 타격 품목 한줌 불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자신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지난달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에게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는 일각의 관측과 관련, “도와달라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 차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에서 영향을 받는 품목은 ‘한 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자신의 7월 방미에 대해 “미국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게 뻔한데 왜 요청하겠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우리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지,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운용하려 하는지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고 방미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 생각을 하면 ‘관여’를 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 위주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노무현 정부 당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제2의 한일 경제병합’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 차장은 “당시는 핵심장비분야에서 일본과 기술적 격차가 너무 컸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가 (한일 FTA를) 안 하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15년동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정부가 자신감을 보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차장은 “지금 일본의 전략물자가 1,194개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 줌이 된다”며 “구체적인 숫자는 말씀 드리지 않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한일의 경제갈등을 자기가 잡은 고기를 먹지 못한 채 일본 배만 불리는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280억 달러인데, 70%가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나왔다”며 “우리도 핵심 장비를 만들어서 수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일본의 가마우지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