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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싫다” 북한 목소리에 “나도 싫다” 동조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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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싫다” 북한 목소리에 “나도 싫다” 동조하는 트럼프

입력
2019.08.11 18:39
수정
2019.08.11 20: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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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언론들 “북한의 한미동맹 이간책에 말려든 것” 

 ‘방위비 압박’ 트럼프와 ‘동맹 약화’ 北 속셈 맞아떨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욕과 뉴저지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욕과 뉴저지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미 연합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한목소리로 한미 훈련을 반대하는 ‘이상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의 한미 군사동맹 약화 노림수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전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으로부터 “세 쪽짜리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던 그는 이날 작정한 듯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 친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긴 친서였다”고 운을 뗀 뒤, 특히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터무니없고 비용이 많이 드는(ridiculous and expensive) 훈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서에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약간의 사과(a small apology)도 있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바란다”며 북미 간 대화 동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트윗은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의 다섯 번째 단거리 발사체 발사 도발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감행된 지 불과 15시간여 만에 나왔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훈련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새롭지 않다. ‘부자 나라인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부담이 너무 적다’는 식의 발언을 수시로 해 왔고, 전날만 해도 트윗을 통해 “나도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돈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문제는 방위비분담금 비용 절감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오랫동안 비난해 온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가 점차 짙어지고 있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독재자 김정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전혀 언짢지 않다”고 하는 등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도발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을 떨어뜨려 놓으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든 것으로 분석했다. 레이프 에릭 이화여대 부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맹 파괴가 평양이 정확하게 원하는 바”라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한미훈련 문제를 제기해 워싱턴과 서울을 이간질(wedge)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북한 도발의 의미는 축소하는 반면,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언급하며 “북한이 한미 사이를 성공적으로 이간질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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