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론 못 봐도 영화 표 구입해 응원, 무료 티켓 나눔도 활발
변영주 감독 “동정 말고 ‘깃발’로 함께 만드는 관람 됐으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그린 영화 ‘김복동’이 개봉하면서 ‘영혼 보내기(실제 영화는 보지 않고 좌석 예매만 하는 것)’ 운동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끝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김 할머니의 27년 발자취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상황과 맞물려 주목 받으면서 영화를 응원하려는 관객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이다.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 ‘김복동’을 응원하는 티켓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영화를 이미 봤거나, 보고 싶어도 여건 상 볼 수 없는 이들이 좌석을 구매해 다른 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관객 수가 적은 심야ㆍ조조 시간대나 비교적 선호도가 떨어지는 좌석을 사서 ‘영혼’만 대신 보내기도 한다. 이 같은 영혼 보내기 운동에는 개봉 초반 좌석 판매율이 높아야 영화의 상영관도 늘어나고, 또 높은 좌석 예매율이 장기 상영으로 이어져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김 할머니가 1992년부터 지난 1월 세상을 떠나기까지 27년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고자 투쟁한 기록을 담은 영화 김복동은 이달 8일 전국 317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관객 수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영화 김복동의 10개 좌석을 예매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첫 주 예매율이 높아야 영화 개봉관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에 영혼을 보내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마음이 아파서 실제로 보긴 힘들 것 같지만,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표를 예매했다”며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무료 티켓 나눔을 하겠다”고 썼다. SNS에서는 일본 불매 움직임과 맞물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영화 김복동은 본다’는 해시태그(#)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일본 불매운동 국면에서 나왔던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슬로건에서 따온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가치 소비’의 개념으로만 영화 김복동을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영화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에 참여했던 변영주 감독은 8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영화 보러 갈 시간이 없으면 표라도 사서 돈이라도 내자’는 식의 티켓 구매는 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변 감독은 “김 할머니는 피해로서의 불행을 이겨내고 인권문제를 위해 싸웠던 분”이라며 “그런 삶을 살았던 할머니를 동정하지 말고 깃발로 함께 만드는 관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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