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ure 1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월마트 매장.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최근 잇단 대형 총기 난사 사건 후 폭력적인 게임물을 매장 전시대에서 빼는 조치를 취했지만, 총기 판매는 그대로 이어 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월마트의 조치는 총기 사건을 폭력적 게임 탓으로 돌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지만,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측은 ‘월마트 보이콧’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각 매장에 폭력적 주제나 공격적인 행동을 담은 비디오 게임을 매대에서 빼고 폭력적 내용을 담은 영상물도 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월마트가 각 매장에 보낸 ‘즉각 조치’ 메모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비디오 게임기에서 폭력 게임물을 실행하지 말고, 전투형 게임물 홍보 행사를 취소하라는 등의 지시 사항이 담겼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3일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22명이 숨지고, 이튿날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9명이 숨지는 총격 사건 후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총기 사건의 원인으로 총기 규제 대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나 개인적인 정신 이상을 지목한 것과 무관치 않다.

월마트는 그러나 총기가 나오는 폭력적 게임과 영상물을 매대에서 빼기만 할 뿐, 총기 자체는 그대로 판매하고 있어 직원 내부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월마트는 미국 내 4,750개 매장 중 절반 정도에서 총기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 내 최대 총기 판매 업체다. 한 매장 관리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총을 든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를 보여 주지 못하지만, 총은 판매하고 있는 아주 웃긴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뉴욕 브루클린 두 곳에서 월마트 직원들이 총기 판매를 중단하라고 경영진에 촉구하는 항의 시도도 벌였다.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이 월마트 매장에서 발생한 데다, 지난달 말에도 미시시피주 사우스헤븐의 월마트 매장에서 총격 사건(직원 2명 사망)이 벌어진 탓에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총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무려 6만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교육계나 정치권에선 월마트 보이콧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교원단체인 미국교사연합회는 최근 월마트 경영진에 보낸 서한에서 “월마트가 총기 판매를 계속하면 월마트 보이콧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달 말 여름 방학이 끝나는 개학 시기는 학용품 쇼핑 시즌으로, 교사들의 보이콧은 소매 업체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CBS는 전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월마트에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며 총기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 정치적 공방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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