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니치 신문 "日, 미국 내 자산압류 대비 미 국무부와 협의"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된다고 주장하는 일본 입장을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일청구권 협정 상 ‘예외’를 인정할 경우 1951년 체결된 미일 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1일 일본 마니이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원고 측이 미국 소재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할 것에 대비한 협의를 미 국무부와 진행했다. 일본 측은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미 국무부가 ‘소송은 무효’라는 의견서를 미국 법원에 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작년 말 이전에 일본의 주장을 미국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미국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예외’를 인정하면 협정의 기초가 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옛 일본군의 포로로 잡혔던 미국인들이 일본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잇따랐다. 미 국무부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으로 청구권을 포기했다”며 원고 측 청구에 반대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미국 법원도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미일 양국은 지난 7월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입장을 확인했으며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대법원은 작년 10월 최종 판결을 통해 불법 식민지배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일본 정부는 그런 해석이 협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이어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이니치신문의 보도 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당시 “(미국 내에서) 자신들이 만든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근거해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한국이 사실상 다시 쓰려고(rewrite)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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