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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젊은 피’는 회춘의 명약?

입력
2019.08.12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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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혈액세포. 게티이미지뱅크
혈액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젊은 피’를 수혈해 젊음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진시황제와 한무제뿐만 아니라 공포영화에서 자주 소재로 쓰였던 ‘피의 백작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도 젊은 피를 이용했다. 헝가리 출신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연쇄살인마인 에르제베트는 자신의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려고 수백명에서 천여명에 이르는 젊은 처녀를 납치해 그 피로 목욕하고 마시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시도가 나름대로 의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이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토머스 란도 박사팀은 젊은 피를 수혈한 늙은 쥐는 상처가 더 빨리 회복하고, 젊은 쥐의 피가 늙은 쥐의 간 등을 젊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2012년 하버드대 에이미 와거스 박사팀은 심장이 비대해진 늙은 쥐를 젊은 쥐의 순환계와 직접 연결하는 실험을 했는데 놀랍게도 늙은 쥐의 심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이밖에 여러 연구에서 젊은 피가 항노화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인에게는 좀 괴기스럽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젊은이의 피를 노인에게 주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기 위해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30세 이하 젊은 혈장을 가벼운 치매 환자에게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알카헤스트(Alkahest)와 공동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알카헤스트는 젊은 피에서 유래한 혈장 단백질을 주입한 가벼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의 악화가 멈췄거나 더 악화되지 않았다는 2상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지만 위약 대조군이 없어 같은 연구 기간에 젊은 피를 수혈하지 않은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젊은 피 유래 혈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암브로시아(Ambrosia)는 ‘회춘의 명약’이라며 건강한 10~20대 청년의 혈장을 공급받아 35세 이상 신청자에게 1L에 8,000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팔았다. 다행히 미 식품의약국(FDA)이 나서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 받는 것은 효과가 없는 데다 인체 거부 반응이나 감염 등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수혈 치료는 중단됐다.

가장 젊은 피인 태반 줄기세포를 이용해 노화 억제와 노화로 인한 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노화로 인한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매가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치매 치료의 길에 한발 다가섰다.

이 가운데 차의과학대에서 시행하는 항노화 관련 동물실험이나 연구자 임상시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 노화된 쥐에 태반 줄기세포를 투여했을 때 신체 기관의 퇴행 정도, 인지 기능, 운동 기능, 기억력 등이 젊은 쥐와 비교해 젊음을 어느 정도 되찾았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화된 쥐에 투여한 태반 줄기세포가 노화 과정에서 생긴 만성 염증을 조절하고 항산화 효과도 뛰어났다. 다만 너무 늙은 쥐에게는 줄기세포의 항노화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런 결과는 너무 늙지 않았을 때 건강을 관리해야 장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태반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가장 젊은 피인 제대혈의 혈장과 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대혈에는 줄기세포가 일부 포함돼 있어 줄기세포에 의한 항노화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 결과에서 노화라는 자연의 순리를 완벽히 막을 순 없지만 첨단 의료 인프라와 줄기세포 기술력을 가진 항노화 전문 의사의 적절한 치료로 노화를 늦추고 외모나 생물학적 나이를 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젊은 피가 항노화뿐만 아니라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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