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 옆에서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전날 오하이오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에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많났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주말 데이턴과 엘패소에서 최소 31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7일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그 중 엘패소 대학병원에서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됐다. 사진 속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청바지에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한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서 웃는 얼굴로 엄지를 세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후 사진 속 아기가 이번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폴 안촌도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스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피해자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그렉 피넬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 발언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가 그의 사진 촬영에 소품으로 활용됐다”고 분노했다.
다만 폴의 삼촌인 티토 안촌도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죽은 형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고,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며 “다른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가족의 비극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의 엄마인 조던 안촌도(24)는 아이들의 학용품을 사기 위해 엘패소 동부의 월마트에 들렀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남편 안드레(23) 역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폴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그를 감싼 조던의 희생 덕에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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