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들 “법 개정ㆍ보호장비 보급 확대 시급”
경찰관을 향한 보복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공권력을 위협하는 최근 잇단 사건에 대해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관 2명이 흉기 공격을 당한 건 지난 7일 새벽. 경기 포천경찰서 포천파출소 소속 A(58) 경위와 B(29) 순경은 이날 새벽 5시쯤 포천시내 한 편의점에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자신을 강도라고 하며 종업원에게 신고해 달라’고 요구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서둘러 편의점으로 간 두 경찰관들은 순간 방어할 겨를도 없이 C(47)씨가 휘두른 흉기에 치명상을 입었다. 갑작스럽게 달려든 C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관들은 그 자리에서 얼굴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후 간신히 몸을 일으킨 경찰관들은 테이저건을 쏴 C씨를 검거했다.
이 사고로 두 경찰관은 얼굴에 각각 40바늘과 50바늘을 꿰메는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C씨의 범행 동기는 놀랍게도 보복이었다. 그는 범행 약 1시간 전에 근처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수십만원의 술값을 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과 맞닥뜨렸다.
당시 경찰은 C씨를 상대로 술값을 내지 않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결국 술값을 계좌이체하기로 하고 사건은 종결됐으나, C씨는 이에 불만을 품었다. 실제 C씨는 편의점에 출동한 두 경찰관이 술집에서 만난 이들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8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C씨를 구속했다.
경찰을 향해 보복운전을 한 사건도 있었다. D(20)씨는 지난해 12월1일 오후 11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승용차를 몰고 운행 중인 경찰 순찰차를 가로막거나 차선을 바꿔 급정거하는 식으로 위협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씨의 동기 역시 사건처리에 불만을 품은 보복범죄였다. 그는 “전에 사귀던 여자가 차 키를 훔쳐갔다”며 112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관들이 조사 뒤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돌아가자 뒤따라가 보복운전을 벌인 것이다. D씨도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사건 처리 현장에서 경찰을 위협하는 범죄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7월8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한 주택가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 중 한 명이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주택가에선 40대가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벽돌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범인의 가해로 다치는 경찰관이 매년 500명이 넘는다는 통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발표 자료)도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관을 보호할 관련 법 개정과 함께 장비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북부경찰청의 한 간부경찰은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에 출동할 때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해 알아서 장비를 착용하는 게 현실인데, 앞으로는 출동 시 칼에 찔려도 뚫리지 않는 방검복 착용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태부족 상태인 방검복 등 보호 장비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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