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가 8일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독도 영공을 침범한 지 16일 만이다. 다만 군은 카디즈에 머물렀던 시간은 아주 짧았고, 대부분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ㆍ자디즈)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일본 통합막료부는 9일 오전 ‘러시아 TU-142 초계기 2대가 전날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를 비행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자디즈에 무단으로 진입해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을 긴급 출격시켰다는 내용이다.
통합막료부가 공개한 자료엔 군용기가 독도 동쪽과 제주도 남쪽 카디즈를 왕복 비행했다고 적시돼 있다. 지난달 23일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이후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았던 러시아가 다시 카디즈를 무단으로 진입한 것이다.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 통신 등으로 초계기에 대응했으나, 퇴거 작전을 벌였다는 사실은 물론 러 초계기가 무단 진입했다는 것도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통상 작전이 끝난 후 관련 사실을 공개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한일 갈등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는 국면에서 상황을 신중히 관리하겠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체류 시간이 길지 않아 군은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디즈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대응할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카디즈 진입은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전엔 우리 군 당국과 사전 교신을 했지만 지난달과 이번달엔 사전에 진입 목적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행을 저지할 방법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러시아가 방공식별구역 개념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