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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등 만난 에스퍼… ‘안보청구서’ 일단 접고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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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등 만난 에스퍼… ‘안보청구서’ 일단 접고 “같이 갑시다”

입력
2019.08.09 19:00
수정
2019.08.09 22: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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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얘기 대신 “한미 동맹 철통 같다” “지소미아, 韓 입장 이해”

“호르무즈서 美 항행 자유 중요” 사실상 파병 요청이란 해석도

정경두(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게 부담스러운 ‘안보 청구서’를 들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예상됐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및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향후 이어질 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선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셀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방한중인 에스퍼 장관을 접견해 장관 취임을 축하하며 “에스퍼 장관이 공고한 한미 동맹을 이어갈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취임 12일째를 맞은 에스퍼 장관은 “첫 해외순방으로 인도ㆍ태평양지역을 정한 것은 이 지역에 평화ㆍ안정ㆍ번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북미 대화가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액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한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 또, 최근 한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 측 카드로 지목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와 관련해선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교감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에스퍼 장관의 방한은 결국 국방장관 취임 후 미측의 인도ㆍ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의 외교ㆍ안보 라인과의 ‘상견례’ 성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청와대 예방에 앞서 에스퍼 장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도 양국의 현안을 두루 짚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던 것에서도 드러난다. 다만 일각에선 에스퍼 장관이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파병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없지 않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에스퍼 장관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한미연합사령부의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의 영어 버전 ‘We go together’를 외치자고 권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어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 pin)”이라며 ”저는 오늘 한미 동맹은 철통(Iron clad) 같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 양국은 전쟁 속에서 형성된 유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 도중 “우리는 이러한 비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같이 가고 있습니다(We go together)”라며 재차 슬로건을 소리 높여 읽기도 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역내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 참여하기 전까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약속에 대한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접촉할 의지가 있다”며 북미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정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협에 대해 자세하게 거론한 것과 비교하면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하고 최근 정세에 대해 언급을 피한 셈이다. 정 장관은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착 가능 잠수함 공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중국ㆍ러시아의 동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연합훈련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이나 아시아 지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에 있어 지소미아가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최근 한일 간 갈등 국면에서 지소미아 연장 폐기를 검토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에둘러 이야기했다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선 “해당 지역에서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정 장관은 “우리나라 국민이나 선박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방장관 취임 후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차원의 상견례 성격의 순방 과정에서 에스퍼 장관이 상대방이 껄끄러워 하는 청구서를 들이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선 한국 입장에서 곤란한 액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방공동취재단ㆍ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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