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계가 잇단 경찰 수사로 어수선하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만 읊어도 △고교 축구부 감독 금품수수 및 성폭행 의혹(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대전시티즌 신인선수 채점표 조작의혹(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유벤투스 방한경기 불법 스포츠도박 업체 광고노출(서울 수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등 세 건이다. 특히 앞선 두 사건은 현직 축구단체 회장과 대전광역시의회 의장이 연루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다.
축구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속에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도자의 대가성 금품 편취가 입시와 대회에서 죄책감 없이 이뤄지고 있다’ ‘시ㆍ도 구단의 예산을 좌지우지 하는 지역 정치인의 선수 추천이 난무한다’는 등 소문이 수사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업체 광고 노출 등으로 현행법(국민체육진흥법)을 어겼단 의혹을 받는 유벤투스 방한경기 주최사 더 페스타 관련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큰 규모 경기 주최 경험이 없는 업체가 빅 클럽 초청 경기를 무리하고 급박하게 벌이던 과정에서 수익을 내려다보니 마구잡이로 광고를 밀어 넣은 대가가 만만찮다. 여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결장으로 인한 티켓 구매자들과의 송사까지 얽혀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고교축구부 감독 A씨가 선수 미래를 볼모로 학부모에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가 추가됐단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학부모들로부터 퇴직 대비 적립금, 김장 비용 등의 명목으로 금품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으나 경찰은 정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뒤늦게 분주해졌다. 9일 실장급 이상이 모이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사태 확인 및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오는 12일 공정위원회를 비상 소집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말 사이 과연 어떤 방안을 짜낼 수 있을 지 미지수지만,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구조적 문제를 살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 규모가 커지는 걸 두려워하거나, 온정주의에 휩싸여 임시방편을 내놨다간 썩은 살을 도려내 치료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단 얘기다. 지금보다 더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 가늠할 시험대에 섰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