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서 법무부 장관직 내정에 대한 입장을 말한 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등 8개 부처 장관ᆞ장관급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본인의 고사 등으로 막판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조 후보자를 비롯한 전체 인선은 언론과 정치권의 전망을 벗어나지 않았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일본 등 주변국의 경제 및 안보 도발로 어려움에 처한 정부가 탕평적 쇄신 인사를 펴기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료ㆍ대학교수ㆍ정치인 편식이 더 심화하고 코드인사 색채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 대해 “문 정부의 개혁 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도덕성, 전문성을 기본으로 하고 여성과 지역 등 균형성도 중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첨단소재 공세에 대처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 반도체 및 AI 전문가를, 공정거래위 출범 이래 처음으로 위원장에 50대 여성 교수를 발탁한 것 등이 이런 설명의 근거다.

하지만 이번 개각의 초점은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이다. 지난달 하순 그의 민정수석 사퇴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전후로 줄곧 나돌던 예상은 100% 사실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대통령 최측근을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법무장관에 기용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의 결정판”이라며 진작 청문회 투쟁을 선언했고, 여당에서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학문적 역량과 소통 능력, 민정수석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청와대가 마이웨이를 고집하며 야당의 반대를 뿌리친 만큼 이번 개각은 격렬한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이 야당을 ‘친일 프레임’으로 매도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벼르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조 법무-윤 총장’으로 짜일 사정라인의 중립성을 문제 삼으니 말이다. 청와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으니 조 후보자 지명 순간부터 임명 강행은 시간 문제다. 청와대의 깊은 뜻이 뭔지 알기 어려우나, 국민적 결속이 긴요한 경제 및 안보 위기 상황에서 ‘내 편만 보는’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분명 하수(下手)다. 그래서 감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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