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정부 당국자 인용 보도… 미 전문가들 “방위비 증액 압박, 한미 동맹에 균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은 이날 익명의 미 행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개월 동안 한국에 대해 호감을 잃어 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을 억제하는 것을 한국의 역할로 보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한국이 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불만을 한국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 대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82년 동안 그들을 도왔는데,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에 이 같은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소형 미사일 발사는 많은 나라들이 하는 실험”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선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해 준다는 이유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한국을 사정권에 둔 북한 미사일은 용인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묵살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적 관점에서 한국에 접근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에 헌신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피로 벼려졌다”며 "한미 동맹의 오랜 모토는 '같이 갑시다'이지 '충분히 돈을 받으면 같이 간다'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19년은 기이한 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공식적 동맹인 한국보다 김정은을 더 존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노력 중 하나가 한미 동맹 균열이라며 “(방위비 증액 압박이) 동맹을 훼손하는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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