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8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환율전쟁 선전포고를 한 데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계 1ㆍ2위 경제 대국이 관세 인상과 통화 평가절하 등을 동원해 상대국 경제를 공격하는 모습은 1930년대 대공항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관세 인상의 충격을 위안화 평가절하로 막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적어도 내년 미 대선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장기전 의지를 대외에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중대한 위협이다. 한국은행은 대외 변수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한국은 미국 GDP(국내총생산) 등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수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경향은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지난 5월 이후 다시 확인되고 있다. 특히 한은은 “2000년 정보통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우리 수출이 상당 폭 둔화했다”며 당시와 상황이 흡사하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한국의 ‘수출물량지수’(선박 제외)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올해 4월은 2.2% 증가했으나, 5월 3.3%에 이어 6월에는 7.3%나 급락했다.

우리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수출이 흔들리자 원화 약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한 달 사이 원ㆍ달러 환율이 60.2원 급등하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5%나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주요국 중 아르헨티나, 남아공에 이어 세 번째다. 다행히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순유입을 보였고, 국내은행의 차입 가산금리도 하락하는 등 금융 부분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심리가 커질수록 우리 경제정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금, 달러 등 안전자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도 우려된다. 정부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일본계 자금 관련 동향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이제 그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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