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초격차로 D램 점유율 세계 1위 수성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시장의 ‘슈퍼 호황기‘ 종료로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는 2위권 업체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9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시장 점유율 45.7%(매출 67억 8,300만달러)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장 불황으로 매출은 전분기보다 2.7% 줄었으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3%포인트 오르며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분기 전세계 D램 시장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9.1% 감소한 148억 4,400만달러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시장 점유율은 2017년 4분기(4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 부진과도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도 28.7%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무려 74.4%로 ‘반도체 코리아’ 아성도 한층 더 공고해 졌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술력이 앞선 기업들이 더 두각을 나타낸다”며 “삼성전자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불황기에 경쟁사들을 압도하며 시장 점유율을 더 늘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등 여러 악재가 있지만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삼성은 이날 차세대 서버용 SSD(반도체 기반 저장장치)와 D램 모듈을 본격 양산한다고 밝히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한 걸음 더 벌렸다.
삼성이 양산하기로 한 SSD제품(PM1733)은 초당 8,000MB(메가바이트)의 ‘연속읽기’ 속도 등을 구현한 제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다. 이 제품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에서 인텔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 AMD에 공급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2분기 성적에 일본이 향후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경제 보복 조치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산 반도체를 공급받는 미국 등 글로벌 IT 기업에 미치는 파장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일본이 아직 한국의 D램 생산라인을 직접 겨냥한 수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며 “전세계 공급량의 70%를 담당하는 한국 생산 라인을 직접 겨냥할 경우 글로벌 생산 공급망을 중시하는 국제 사회 여론도 일본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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