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 8월 중순 이후 일단 합법파업 가능
현대중 노조, 100억대 손배소 강공에 ‘맞불?’
현대차 노조, ‘팰리세이드 호황’ 무산 부담
시기상 파업에 부담감 커 ‘귀추’ 주목돼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월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영남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8/09/201908091256355342_3.jpg)
민주노총 최근 재벌규탄 문화제를 시작으로 8월 하투(夏鬪) 돌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파업권을 확보, 이달 중순 이후 파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등 파업 시기가 부적당한 데다 두 업체 모두 내부 여건이 녹록치 않아 강도 높은 파업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임시 주주총회를 전후해 폭력 사태를 겪고 불법적인 파업을 이어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지난 6월 25일 첫 조정신청을 했으나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성실 교섭을 권유하는 행정지도를 결정, 지난달 30일 다시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전체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재적 대비 59.5%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 합법적인 파업 요건을 갖췄다. 8일 여름휴가가 끝나는 대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파업 돌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의 파업에는 임금협상 불발 이외에 지난 5월 31일 물적분할 주총 이후 회사의 무더기 징계ㆍ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회사가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저지투쟁에 대해 100억대 손배소와 무더기 형사고발 등 유례 없는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 존립위기감 마저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회사는 지난달 23일 법인 분할 주주총회 저지 과정에서 주총장 점거와 함께 제품 생산까지 방해한 노조를 상대로 90억원대 소송에 착수, 1차로 입증자료를 확보한 30억원에 대해 울산지법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또 추가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나머지 62억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추가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이에 앞서 노조 측 재산 이동이나 사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와 간부 조합원 10명을 상대로 예금 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 규모의 가압류 신청을 냈다. 또 울산지법은 이와 별도로 주총 방해 행위를 금지한 법원 결정에 반한 노조에게 1억5,000만원의 지급 결정도 내렸다. 회사는 또 분할 반대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거나 폭력 행위, 생산 차질 등을 벌인 조합원 1,300명가량에 대해서도 출근 정지와 정직 등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4명에 대해선 극약처방인 해고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조 간부 등 100여명을 고소ㆍ고발해 현재 별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회사측의 이 같은 주도 면밀한 재산압류와 소송 제기, 민ㆍ형사 고소ㆍ고발은 지금까지 임단협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타결을 계기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회사는 이 같은 강경대응방침을 미리 예고했다. 회사는 지난 5월 주주총회에 앞서 “불법행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이번 만큼은 단체교섭 마무리 시 면죄부를 주던 관행도 단호하게 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의 강공을 노동 탄압으로 규정, 강력 반발해 온 노조는 향후 파업을 통해 회사의 강경 드라이버를 꺾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자동차도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불발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해 파업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노조는 지난달 30일 오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개표한 결과 재적 대비 70.54%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5만293명 가운데 4만2,204명(투표율 83.92%)이 참여, 3만5,477명(투표자 대비 84.06%)이 찬성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당기 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과 조합원 정년 64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집단 여름휴가가 끝나는 12일 이후 실제 파업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올해도 파업에 들어갈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8년 연속 파업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핵심 요구안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교섭 재개할 수 있지만 일괄제시 없이 지연시키면 강력한 투쟁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대내ㆍ외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화로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며 노조에 교섭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이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을 벌이더라도 그 강도는 약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경제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강성 파업을 벌인다면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직격탄을 맞게 될 우려가 높아 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여건이 좀 다르다. 회사의 강공으로 코너에 몰린 노조가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관작업 중심의 현대차와 달리 개별 작업이 이뤄지는 현대중공업의 파업은 영향력이 제한적이어서 노조가 현실적인 이익을 쫓을 것이란 관측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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