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의 부동산경매 진행건수가 지난달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 물건이 대거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입주 포기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경매 물건들은 최고 60대 1을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0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집계 결과 7월 전국 법원 경매 진행건수는 전월 1만463건 대비 19.4% 증가한 1만2,128건을 기록, 2016년 5월(1만2,132건)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2,000건을 넘어섰다. 1만2,128건 중 4,123건이 낙찰돼 낙찰률은 34%를 기록했고, 평균 응찰자수는 3.9명으로 집계됐다.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0.8%포인트 감소한 72.4%를 기록했다.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전달보다 13.5% 증가한 5,623건으로, 2014년 12월(6,484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경매 건수 중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46.4%로 2018년 이후 꾸준히 4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부동산 상승기에 갭투자를 했던 물건들이 시세 하락기를 버티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대거 나오고 있는 것으로 지지옥션측은 분석하고 있다. 업무상업시설도 전월 대비 22.4% 늘어 2,099건이었으며 토지는 9.7% 증가한 3,962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가장 높은 진행건수 증가세를 보인 곳은 인천(328건)과 부산(317건)으로 전월 대비 300건 이상 증가했다. 그 뒤를 이어 충남(250건)과 전북(219건)도 200건 이상의 진행건수를 기록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7월 일평균 경매 진행건수는 527건으로 올들어 지난 3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5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일평균 진행건수 500건 이상이 10월(534건)과 12월(507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확연한 증가세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최근 낙찰률이 30% 초반대로 떨어지는 한편 신규 경매 물건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경매 진행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하반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경기 악화가 경매시장에는 이제 나타나기 시작해 주거시설과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경매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한 물건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리가 아파트였다. 지난달 30일 전용면적 85㎡ 13가구의 경매 2회차 입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입찰 법정에는 350여 명이 몰렸다. 입주 예정자가 입주를 포기해 공실 상태로 조합이 보유하고 있던 물건으로 알려졌다. 13가구는 최고 64 대 1, 평균 23.7 대 1의 경쟁률로 모두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94%로 집계됐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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