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 연정이 해체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극우 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견해차가 심각해지면서 파국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새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동맹 소속 마테오 실바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총리 집무실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와 회동한 뒤 성명을 발표 “오성운동과의 정책 견해차를 좁힐 방법이 없다”면서 연정 해체와 조기 총신을 공식화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성명에서 “오성운동과의 연정은 붕괴했다”며 “우리는 조속히 유권자들에게 선택권을 다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내각 개편이나 전문 관료에 의한 과도 정부 가능성은 일축하면서 조기 총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총선에 필요한 절차를 밟기 위해 다음 주쯤 의회가 소집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동맹 내에선 총선 시점으로 10월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 붕괴를 초래한 내분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7일 상원에서 열린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대한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면서 불이 붙었다. 오성운동은 고속철도가 알프스산맥 아래를 관통해 환경 파괴가 막대하고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대해온 반면 동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사업 지속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살비니 부총리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오성운동이 TAV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연정이 붕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현지 정계에서는 지난 1년여간 차곡차곡 누적된 피로가 TAV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 지금 터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동맹과 오성운동은 연정을 실시, 이탈리아 정부를 수립해 왔지만 두 당은 그동안 TAV 외에도 감세, 사법개혁,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등 국가 핵심 정책 사안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살비니 부총리의 연정 붕괴 선언에 대해 성명을 통해 “우리도 (총선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디 마이오 대표는 “동맹이 국가와 국민을 우롱했다”고 공격하면서 “곧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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