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총기 난사로 미국 전역이 공포에 사로잡힌 가운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번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지난 주말 미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월마트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내 오리건지구에서 잇단 총격으로 3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지 채 1주일도 되기 전에 발생해 미국 사회가 경악에 빠졌다.
AP동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에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에서 갱 조직원이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벌여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용의자 자카리 카스타네다는 두 시간여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톰 다레 가든그로브 경찰서장은 “용의자가 폭력 범죄 전력이 있고 교도소에 복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가든그로브의 한 아파트에서 난동을 시작해 인근 제과점을 거쳐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주민 두 명을 찔러 사망하게 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카스타네다가 상점에 들른 고객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AP는 전했다. 그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아파트 주민을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과점 주인은 현지 KCAL-TV에 “오후 4시 좀 넘어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와 주차하고 나서는 총을 들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현찰을 갖고 달아났다”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의 흉기 난동에서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도 대부분 히스패닉계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용의자는 이어 오후 6시 넘어 가든그로브에 있는 보험회사 사무실에 들러 50대 여직원을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보험회사 직원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주유소로 옮겨가 이유 없이 주유소에 있던 한 남성을 공격했다. 주유소에서는 강도질하지도 않았다. 이어 인근 도시인 샌타애나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주차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될 당시 큰 칼과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에 있던 보안요원은 칼에 찔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근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한 직원도 칼에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은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이 증오나 인종범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용의자가 히스패닉계이고 피해자들도 히스패닉계”라고 말했다. “단순히 현금을 빼앗으려 강도질을 한 건지, 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부린 건지 확인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뒤이어 8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현지 매체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칼을 소지한 30대 남성이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피츠버그 도심 버스터미널(포트 오소리티)의 버스정류장에서 두 여성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버스정류장에서 흉기로 공격을 받았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순찰 경찰이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조는 듯한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던 와중에 흉기 공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용의자와 피해 여성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로, 무차별 폭력 사건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지 경찰은 범행의 배경을 조사 중이라면서 “인종적ㆍ종교적 동기의 여부에 대해선 현재까지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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