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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박 수위 높이는 베트남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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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박 수위 높이는 베트남 필리핀

입력
2019.08.08 16:41
수정
2019.08.08 19: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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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홍콩시위 힘 빠질 때 노렸나… 지켜봐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 52주년을 맞아 8일 오전 베트남 외교부에서 아세안기 게양식이 열렸다. 지역 현안에 대해 내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전과 달리 대담해지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 52주년을 맞아 8일 오전 베트남 외교부에서 아세안기 게양식이 열렸다. 지역 현안에 대해 내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전과 달리 대담해지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홍콩 시위대와도 ‘전쟁’을 벌이며 분주한 가운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행보가 대담해지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규모 군사 기지를 설치한 뒤 자원탐사에 나서는 중국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8일 베트남 하노이 외교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중국 석유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의 분쟁 해역 진입으로 촉발된 베트남과 중국의 해안경비정 대치가 한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소식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탐사선은 이미 (분쟁지역) 밖으로 빠졌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비정이 대치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베트남 주재 각국 외교관들이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레 티 투 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하이양 디즈 8호는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으로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비정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하이양 디즈 8호가 지난달 3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뱅가드 뱅크 해상에 진입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탐사선을 무장 호위하던 중국 경비함들을 베트남 경비함들이 바짝 따라붙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연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해안경비대를 격려 방문하고 베트남 외교부가 대변인 명의의 긴급성명을 내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양국 경비함이 뱅가드 뱅크 해역에서 대치 중인 가운데 지난 6일에는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시위’ 자체도 대단히 이례적이지만, 중국 대사관 앞에서의 반중 시위는 201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6일 베트남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들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6일 베트남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들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수 분 만에 해산되기는 했지만, 약 10명 규모의 시위대는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구단선(九段線)을 부정하는 내용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베트남 수역에서 중국의 철수를 요구했다.

특히,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 52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외교부에서 열린 ‘아세안기 게양식’에서 베트남은 앞으로 지역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간여할 것임을 예고했다. 응우옌 꾸억 중 외교부 차관은 “가까운 장래에, 특히 2020년에 우리는 아세안 회원국들과 협력해 평화와 안정을 바탕으로 번영과 사람 중심의 아세안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임기(2년)도 시작한다. 이날 행사에는 아세안 회원국 대사 등 30여명의 외교 사절이 참석했다.

8일 오전 베트남 외교부에서 각국 사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세안기가 게양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8일 오전 베트남 외교부에서 각국 사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세안기가 게양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필리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전통 우방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에 밀착했던 필리핀은 최근 가장 노골적으로 중국에 반기를 들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달 말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준 국제중재재판소 판정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선전 포고를 한 상황이다. 또 여권에 구단선을 표시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인 입국자들에게는 필리핀의 EEZ가 표시된 비자 도장을 찍기로 했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공교롭게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반중 시위가 중국의 힘을 빼고 있는 와중에 동남아 국가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라며 “지켜봐야겠지만, 역내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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