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이 보름 지났다. 윤 총장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여전히 ‘수사’뿐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선 말이 없다. 취임 초인 만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자신이 잘 하는 수사를 내세워 국민적 기대를 모으는 행보란 분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검ㆍ경 수사권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취임사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었고, 취임 뒤 인사차 찾은 국회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달 8일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서 논의 중이니 공직자로서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던 원론적 대답이 마지막이었다. 취임 이후 자신의 구상을 밝힐 기자회견도 열 조짐이 없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때 이상으로 말할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취임 첫 기자회견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윤 총장은 자신의 수사 방향에 대해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취임사에서는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내걸었다. 권력기관의 정치ㆍ선거 개입,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구체적 사례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지난 7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런 행보는 전임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대비된다. 문 전 총장은 취임 2주째 되는 날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동시에 △과거 시국사건에 대한 사과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검찰개혁위원회 발족 등 자체적 개혁 방안을 내놨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더 이상 일선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데 검찰총장으로서 너무 소극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은 수사뿐 아니라 정책, 행정 업무도 잘 챙겨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은 형사사법제도 시스템을 근본부터 건드리는데 검찰총장이 침묵만 지키고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검 간부는 “문 전 총장은 취임 때 검찰개혁 바람이 몰려왔기에 선제적으로 개혁방안을 내놔 신뢰 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구체적 법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다”며 “검찰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도 “윤 총장으로선 당분간 침묵하면서 자신의 장기인 수사로 검찰의 위기를 돌파하겠다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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