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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교안의 추락과 보수통합론

입력
2019.08.08 18:00
수정
2019.08.08 18:3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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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한때 ‘대세론’까지 나왔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추락하는 모습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력과 내공 없이 이름값만 믿고 정치판에 들어왔다 일찌감치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 타이틀을 6개월 만에 내주더니 이젠 10%대로 급락했다. ‘친 박근혜’와 ‘강성 보수’ 등 과거 지향적 행태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도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맞물려 있다.

▦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탈출구를 보수통합에서 찾는다. 자체 역량으로 외연 확대가 안 되니 몸집이라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이 겨냥하는 통합 대상은 우리공화당, 바른미래당이다.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는 ‘상수’에 가깝다. 이미 양당 핵심 인사들이 만나 수도권과 영남 등에서의 연합 공천 등 선거 연대까지 논의했다. 하지만 자칫 득보다는 독이 될 공산이 크다. ‘도로 친박당’과 퇴행적 이미지를 강화해 중도층 기반 확대에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국당 지도부가 요즘 부쩍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데서 절박함이 읽힌다.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공개 러브콜’을 보내는 처지다. 최근 황 대표가 김무성 한국당 의원을 대표 취임 후 처음 만난 것도 과거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그에게 모종의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 아닐까 싶다. 9월 귀국이 예정된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포함한 ‘황-유-안 빅텐트’는 한국당이 그릴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이다.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의 집단 탈당 선언도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통합과 무관치 않다.

▦ 유 의원과 한국당 통합의 관건은 황 대표의 기득권 포기와 친박의 반발 무마일 것이다. 이게 무산되면 새로운 ‘중도보수’ 신당 시나리오가 힘을 받게 된다.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5인 신당론’이다. 유승민 김무성 안철수 원희룡 남경필이 주역이고 현실화되면 오세훈 홍준표의 가세도 예견된다. 문제는 정계개편은 명분과 이해, 조건이 중요한데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치와 비전은 없고 총선에서 살아남기가 전부다. 동상이몽의 합종연횡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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