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참석하니 오전 6시 30분까지 오세요.”
전날 밤늦게 연락을 받고 8일 제시간에 맞춰 현장에 갔다. 삼엄한 경비 속에 보안 검열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인도네시아 방식의 화환이 건물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인도네시아 외교부 직원의 도움 덕에 다행히 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출입증을 얻을 수 있었다.
몇 차례 와 봤던 건물 옆에 말끔한 16층짜리 빌딩 두 동이 서 있다. 마당과 로비에는 수많은 외신 기자들과 각국 외교관들이 오전 8시 행사를 앞두고 흩어져 있었다. 행사장 360석은 꽉 차 있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1967년 8월 8일) 52주년을 기념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의 아세안 사무국 신(新)청사 첫 공개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아세안 10개국을 상징하는 동영상과 각국의 전통음악이 분위기를 띄웠다.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는 대지 4만9,993㎡에 1만1,369㎡ 면적을 차지하는 건물 두 동으로 구성돼 있다. 아세안의 DNA인 대화(Dialogue)를 상징하기 위해 두 건물을 잇는 41.3m 길이의 하늘다리가 놓였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긴 하늘다리”라고 소개했다. 실내 온도를 섭씨 25도로 설정하는 등 현대적인 녹색 건물이라는 설명도 따랐다.
오전 8시 일동 기립과 함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아세안이 하나가 되길 소망하는 아세안 주제가 ‘아세안 웨이(ASEAN Way)’를 합창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10년 전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맺은 아세안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신청사가 아세안의 새로운 정신을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트노 장관은 “신청사가 아세안 10개국에 에너지와 영감을 불어넣는 새로운 원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림 족 호이(68) 아세안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 덕에 평화 개발 대화 등 아세안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신청사가 아세안의 상징, 자카르타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림 사무총장은 브루나이 외교통상부 경제ㆍ통상 담당 차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1월 임기 5년의 아세안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임성남(61)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대사는 “유엔 대표부 근무 시절 뉴욕 유엔본부도 가봤지만 이에 못지않게 훌륭히 잘 지은 것 같다”라며 “부임한 지 석 달밖에 안됐지만 건물과 행사를 보니 아세안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이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앞서 11월 7일 아세안 신청사에서 한ㆍ아세안 30주년 기념 리셉션을 크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신청사를 짓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아세안은 1961년 창설된 동남아시아연합(ASA)의 발전적 해체에 따라 1967년 8월 8일 설립됐다.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10개국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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