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이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핵심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허가 요청 1건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됴쿄=AFP 연합뉴스

일본이 3개 반도체 원자재 수출규제 강화 한 달여 만인 7일 해당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처음 허가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8일 “일부 일본 기업이 낸 신청에 대해 (수출) 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조치는 일본의 태도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세코 산업상은 “개별 승인 건을 공표하지 않으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금수조치’로 부당하게 비판하고 있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펴 바른 뒤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작업에 활용되는 소재다. 그 중 EUV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7nm급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생산공정에 쓰이는 첨단소재다. 따라서 이번 수출 허가는 삼성에 EUV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는 일본 생산업체 JSR나 신에츠케미칼의 신청 건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 허가 배경이다.

업계에선 국제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보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여론전 차원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울러 삼성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즉각 벨기에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들여와 6~10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하자, 삼성에 대한 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50%에 달하는 자국 2개 기업의 매출 확보를 위한 실리적 조치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일본이 태도 변화를 염두에 두고 내린 첫 조치일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일본은 수출규제에도 불구, ‘금수’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우리 정부에 보냄으로써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런 식의 ‘간 보기’식 수출 허가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일본은 직시해야 한다. 일부 품목에 대한 임의적 수출 허가는 일본의 조치 전반에 대한 국제적 불신만 키울 뿐이다. 태도 변화의 신호라 해도 이런 식으로는 우리 정부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자충수를 풀기 위해서든, 진지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서든 일본은 ‘꼼수’ 대신 분명한 성의를 보여 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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