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기자회 성명 “언론 자유에 대한 폭력 행사” 규탄
MBC 기자회가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의 취재진 폭행 사건을 “언론 자유에 대한 폭력 행사”라고 규탄했다.
MBC 기자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이영훈 교수의 취재진 폭행과 언론 자유를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며 “진실을 추구하는 정당한 취재활동을 결코 폭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취재를 위해 이 교수를 찾게 된 배경도 상세히 전했다. 그동안 일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 온 이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집필을 주도해 다시 입길에 올랐다. 지난달 출간된 이 책에서 이 교수를 비롯한 필자들은 일제 식민 지배 기간 강제동원과 식량 수탈, 위안부 성노예화 등 반인권적ㆍ반인륜적 만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학자,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정치인과 기자를 ‘부역ㆍ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이들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이 교수의 책과 그에 대한 반응은 더 큰 관심을 모았다. MBC 취재진은 이와 관련된 이 교수의 견해와 의도를 직접 듣기 위해 그를 찾았다고 밝혔다.
MBC 기자회는 “지난 4일, 마침내 이영훈 교수의 자택 앞에서 가까스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며 ”취재진은 먼저 정중하게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차근차근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영훈 교수의 대답을 강요하는 어떠한 행위도 없었다”며 “그러나 이영훈 교수는 의견을 듣고자 질문을 하는 취재기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녹음 장비를 내려치더니, 급기야는 취재기자를 손으로 내려치는 폭력행위를 저질렀다. 전무후무한 사태에 할 말을 잃은 취재진에게 그는 계속해서 ‘야, 인마’ 등의 폭언과 반말을 섞어가며 20분 동안 강압적인 태도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손찌검을 한 장면은 고스란히 녹화됐고, 두 번은 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이영훈 교수는 정당한 취재 행위에 대해 폭력과 위협을 행사한 것이다. 그런데 사과와 반성은커녕 그날 저녁 한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에 대한 자신의 폭력이 ‘정당방위’라는 해괴한 주장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발자국 떨어져 마이크만 들고 질문을 던지는 취재기자에게 도대체 어떠한 신체적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로 사람을 때렸다는 것인가.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MBC 기자회는 “이영훈 교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신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한 인격체를 폭행한 것에 대한 사과이지 언론 플레이도, 가처분 신청도, 지지자들을 동원한 집회도 아니다”라며 “시청자들에게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을 만나러 간 기자를 폭행하고, 방송을 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고, 언론사 앞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일련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언론 자유에 대한 폭력 행사”라고 규탄했다.
앞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이 교수가 집필을 주도한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이 교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자택 앞을 찾았다가 이 교수에게 손찌검을 당했다. 해당 장면은 지난 7일 MBC 뉴스 보도를 통해 그대로 방송됐다. 이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MBC 취재진의 기습적인 인터뷰 요청에 맞서 정당방위를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촬영 영상의 방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도 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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