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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정 교수 “대일 전략 수위 조절하며 ‘큰 그림’ 짤 인사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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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정 교수 “대일 전략 수위 조절하며 ‘큰 그림’ 짤 인사 있어야”

입력
2019.08.09 04:40
수정
2019.08.09 0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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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전문가 긴급진단]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日 경제도발 이례적 외교행동… 정부 더는 ‘로키’로 갈 수 없어

식민지배 불법성 확정 전제로 금전조치 사실상 배상 인정 검토를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을 전제로, 그 동안 이뤄진 일본의 금전적 조치들이 사실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었음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궁극적 해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한국일보에서 대담 중인 남 교수. 서재훈 기자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을 전제로, 그 동안 이뤄진 일본의 금전적 조치들이 사실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었음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궁극적 해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한국일보에서 대담 중인 남 교수. 서재훈 기자

남기정(55)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후 최근 일본의 경제 도발이 나오기까지 우리 정부로선 ‘무대응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가피성을 이해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지금 정부에 대일 강·온 전략을 조절하며 ‘큰 그림’을 짤 인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1965년 한일협정 체제를 재확인하는 단계에서 그간 일본 측의 금전적 조치가 사실상의 배상이었다고 인정해주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성도 제안했다. 물론 그 전제는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최종적으로 확정토록 국제법적 논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남 교수는 분명히 못박았다.

_일본의 경제규제로 한일관계가 심각한 파국에 이를 것으로 보나.

“파국 일보직전이다. 그 동안 일본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일본의 경제전쟁 도발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정도로 이례적인 외교행동으로 본다.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이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일본내에 혐(嫌)한류라고 할 만한 풍조가 번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은 우리가 요구하는 1965년 체제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이 이 문제를 큰 그림 속에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파국으로 가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_지금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정부 대응은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급진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일본의 협조가 필요해, 그동안은 무대응 방식의 로키(low keyㆍ저자세)로 일관했다면, 더 이상은 우리도 저자세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 등 강경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각 카드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사람이 필요하다. 사안별로 논리가 다른 한일간 여러 이슈를 엮어가며 전략을 짤 인사가 현재 우리 정부에 있느냐 하는 우려도 있다.”

_우리 측의 큰 그림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65년 체제를 다시 확인하자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진전돼 온 일본의 역사인식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한일관계를 ‘0’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65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일본 측 노력도 있었다는 걸 인정해보자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에 여러 금전적 조치를 하면서도 도의적 책임이라는 수식어를 이용해 법적배상의 의미를 피해왔다. 최종적으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정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동안 이뤄진 금전적 조치들이 사실상 배상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게는 배상 책임을 묻지 안되 피해자 개인과 가해자 일본기업 사이에서 화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시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_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으로 일본을 이기겠다고 언급했다.

“북일 관계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있다. 일본 국내정치 면에서 아베 총리가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게 내년 도쿄올림픽 말고는 없는 상황이다. 내정, 외교 모두 별다른 업적없이 장기집권을 끝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와 함께 대북 문제로 정치적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문제 만큼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일본 국내상황을 파악하면서 일본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편승하도록 하는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일 동맹에 의지하고 있는 일본으로선 장기적으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언젠가 빠져나갈 것이란 두려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 결과 한국에 적대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 아래에 있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는 요원하다.”

_구체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게 할 전략이 있나.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건 일본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이미 1965년 청구권 협정에 의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개인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냐 물어야 하고, 그 전제는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결정적으로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전범이 합사돼 있는 것 자체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해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이 1951년에 맺은 조약) 위반이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을 맺은 이후 불평등한 상태를 한번도 바로잡지 못했다. 이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고, 장기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기정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일본 정치외교에 해박한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문가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도쿄대에서 논문 ‘6ㆍ25전쟁과 일본: 기지국가의 전쟁과 평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호쿠대(東北大)와 국민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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