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주민들 전파 지원금 소송 졌는데도 혜택…‘떼쓰고 버티면 주나’ 형평성 문제 야기
경북 포항시가 지진으로 집이 소규모 파손(소파)된 주민에게 대피소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이유로 임시 거처를 제공키로 해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집이 전부 파손(전파)돼야 지급되는 재난지원금과 임대주택을 받기 위해 포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패소한 터라 논란은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8일 포항지진 대피소인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40가구, 80명 안팎의 주민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4개월치 임대료 6,000만원 정도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21일 포항시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된 주거안정심의위원회가 체육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임시주택을 마련해주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실내체육관에 사는 주민은 대부분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아파트(총 240가구) 주민들이다. 이들은 포항지진 후 포항시와 행정안전부에 건물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두 차례 모두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소파 판정이 나와 재난지원금 100만원만 받았다.
주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포항시를 상대로 전파 판정에 해당하는 재난지원금 9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올 6월 패소했다. 재해구호법 상 전파판정을 받아야 재난지원금 900만원과 임대주택을 받게 된다.
포항에서는 지진 후 주거가 불가능할 정도로 주택이 파손된 전파 판정 793가구 1,990명만 국민임대주택 및 임시주택과 이주단지 등 임시 주거지로 옮겼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5월21일 개최한 주거안정심의위원회 결정을 바탕으로 지진 이후 체육관에 머물러 온 한미장관맨션 등 소파 판정 주민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포항 한미장관맨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우리가 선정한 구조진단업체 조사에는 거주불능 판정이 나왔고 집의 파손 상태가 심각해 3분의 1 이상 아파트를 떠난 상태다”며 “살 수 없는 상황이라 불편을 감내하고 체육관에 있는데 임대주택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지진으로 소파 이상 판정을 받은 가구가 5만4,000곳에 달해 체육관 거주민 임대주택 지원결정을 둘러싸고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더구나 체육관 거주민들은 하루 세끼의 식사와 전기, 수도 등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고, 지금도 대피소 운영에는 매달 2,000여만원의 세금이 쓰이고 있다.
포항시 주거안정심의위원회 한 위원도 “대피소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임대주택을 지원하면 홍수 등 다른 재난 때도 주민들이 버티면 뭐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5월21일 회의 때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체육관에 등록된 92가구 중에서 41가구만 선별해 지원하는 것도 논란이다. 41가구만 실제로 거주했다는 게 포항시의 판단이나 선정 기준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예산 등은 책정됐지만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며 “체육관 내 41가구를 대상으로 면밀히 조사를 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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