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 정말 대단하구나’, ‘정국이 멋진 녀석’, ‘아들 녀석에게도 말해 줄 거다’의 ‘녀석’은 의존 명사로서 ‘남자를 낮추어 이르거나 사내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로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사람, 특히 남자에게만 쓸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용법이 아주 다양하다.
‘쌍무지개가 떴다고 딸 녀석이 사진을 보냈다’, ‘초딩 막내딸 녀석이 저를 팔로우했군요’에서 ‘녀석’은 여성이다. 이 말이 여성에게도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이다. 남성 중심적인 국어사전 뜻풀이의 수정이 필요하다.
‘헉, 강쥐 녀석’, ‘가운데 녀석이 5월 태어난 아깽이’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아이처럼 귀엽게 대하며 ‘녀석’을 썼다. 의인법의 일종이지만 애견인, 애묘인에게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차별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려동물을 ‘우리 애’라고 표현한다.
‘녀석’은 요즘 갈수록 많은 대상으로 확대되어 쓰인다. ‘먼지다듬이라는 녀석’에서는 벌레를, ‘나무 녀석들 화사함을 보여주겠네’에서는 ‘나무’를, ‘분류상 전투기지만 실상은 공격기 녀석이죠’에서는 비행기를, ‘구리구리한 날에 요 녀석도 괜찮아요#멸치맛쌀국수’에서는 음식을 가리킨다. ‘감기 녀석 눈치 없이..’에서는 감기를, ‘대구 이 녀석은 대체 언제까지 더울 셈?’에서는 지역을 가리켰다. 관심을 둔 거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녀석’이 붙는다.
이런 보기들에서 ‘녀석’의 의미는 별로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애정과 긍정의 시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일본 아베 신조 녀석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냐?”, “애당초 상대가 안 되는 녀석들이니 그냥 불매운동 쭉 가면 된다”와 같은 문장에서 ‘녀석’은 부정적, 적대적 의미가 강하다. ‘녀석’의 의미 폭이 아주 넓음을 알 수 있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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