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만큼 더운 음원차트를 만든 건 '입소문'이었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7월 월간 차트는 유독 특별하다. TOP 20 가운데 국내 가수의 댄스곡이 청하의 '스내핑(Snapping)'과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뿐이기 때문이다. '스내핑'은 6월,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4월에 각각 발매됐다는 점에서 7월에는 아이돌 가수의 댄스곡보다 발라드가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의 추이는 더욱 남다르다. 지난해 7월 멜론 월간 차트에서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트와이스의 '댄스 더 나잇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고, 이외에도 블랙핑크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 에이핑크의 '1도 없어',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FAKE LOVE)', AOA의 '빙글뱅글', 여자친구의 '밤', 마마무의 '너나 해', 모모랜드의 '뱀(BAAM)', '뿜뿜',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등 아이돌 가수의 댄스곡이 TOP 20 중 과반수 이상인 11곡에 안착하며 여름에 걸맞는 시원함을 선사했다.
이와 다르게 올해의 음원차트 키워드는 이열치열이다. 월간 TOP 5 '술이 문제야', '헤어져줘서 고마워', '니 소식',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모두 발라드로 분류되는 곡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사랑 또는 이별을 한 리스너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는 점에 있다. 송하예의 '니 소식'을 제외하면 윤민수&장혜진, 벤, 임재현, 김나영은 신곡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신 이 곡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SNS, 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불려지는 노래방에서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에일리, 하성운, 엑소 백현, 노라조, 펜타곤, 엑소 세훈&찬열 등 7월에 발매된 아이돌 가수의 노래 또는 댄스곡을 제치고 이 곡들이 월간 차트 TOP 5를 장악한 비결은 입소문, 즉 바이럴 마케팅이다. 이제는 쇼케이스나 음감회 등의 프로모션이나 음악 프로그램 및 예능 출연과 같은 방송 활동보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효과를 보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면 사재기의 가능성이 있고, 다르게 바라보면 충분히 바이럴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여름의 월간 차트 TOP 5를 이 곡들이 줄세웠다는 점에서 이런 전략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홍보 방식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민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하게 바라보면 더울 때도 추울 때처럼 사랑과 이별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공감대를 저격한 게 가장 큰 흥행 이유"라고 말했다.
이처럼 뜨거운 음원 차트의 온도는 8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공감송'들의 활약이 리스너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또 기억될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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