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태풍 레끼마(LEKIMA)가 세력을 키우며 북상하면서 우리 기상청을 비롯한 각 기상당국이 향후 경로 예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풍이 한국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직접 영향권에 드는 시점은 13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서해상에서 중국 쪽으로 멀어져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레끼마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440㎞부근 해역에서 시속 8㎞의 속도로 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 935hPa에 최대 풍속이 시속 176㎞에 달해 매우 강한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레끼마는 그 세력을 더욱 키워 8일 밤쯤 최대 풍속 180㎞ 수준의 강풍을 동반, 최전성기에 이르러 대만 해역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서히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레끼마는 11일 오전 중국 상하이 부근을 지날 때까지도 강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로 향할지는 1, 2일 정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미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한반도는 레끼마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앞서 우리 기상청은 7일 새벽 발표한 태풍 예보에서 레끼마가 11일 상하이 부근을 지나 12일 오전 서해상을 진입,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이 직ㆍ간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8월 태풍의 특성상 동아시아 상공의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향후 경로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 연안을 거쳐 한반도를 향해 오른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경로를 내다 본 것이다. 하지만 8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예보에서는 예상 경로를 다시 조정, 레끼마가 우회전 하지 않고 그대로 북진해 13일쯤 중국 산둥반도를 관통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레끼마가 한반도로부터 멀어지는 시나리오는 일본과 미국 기상 당국의 예측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태풍 예보에서 레끼마가 11일쯤 중국 상하이를 거쳐 그대로 북진, 산둥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대로면 한반도는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줄어든다.
미국 해군이 운영하는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예상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에 좀 더 긍정적이다. JTWC는 10일 밤 상하이를 지난 레끼마가 산둥반도 진입을 앞두고 중국 본토를 향해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반도와 더 멀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서해상에서 그대로 북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강한 세력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반도로 오지 않을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발생해 괌 부근을 지나고 있는 10호 태풍 크로사(KROSA)는 14일을 전후해 일본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