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법의 주어는 거의 대부분을 교육부장관, 교육감, 학교의 장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의 3주체를 학생, 교사, 학부모라고 하지만 교육법의 3주체는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장이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방학식을 마치고 담임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교문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교육 현안은 끝이 없다. 최근 이슈들만 떠올려 보아도 교원 양성 및 승진체계 개편, 수능 정시 비율, 누리과정 운영비 부담,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자사고 일반고 전환, 기초학력 보장 대책,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학교폭력 예방 대책, 교권 확보 방안, 고교학점제 등등 수없이 터져 나왔다. 이 현안들의 해법을 찾다 보면 논쟁은 필수고 극한 대립으로까지 치닫는다. 학교 일도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터져 나오는 교육 현안 이슈들에 대해 대응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논쟁과 대립이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으니 이럴 때면 상황을 단순하게 보려고 한다. 복잡한 것 같아도 교육 현안 이슈들도 실상은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싸움으로 정리된다.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을 교육에 붙이기에는 민망하니 이를 품위 있게 표현한 말이 교육자치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교육자치도 그 이면은 교육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교육 당사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암투라고 본다.

자치도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위에서 말한 주도권을 구성원이 행사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같이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품위 있게 말하면 권한과 책임의 분배고, 고상하게 말하면 민주주의고, 헌법에 반영하면 국민의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은 개정될 때마다 국민 기본권을 늘려왔다. 그 정점이 1987년이었고 이를 반영하여 개정된 제10호 헌법 130개 조항 가운데 “국민”이 주어로 등장하는 조항은 29개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국민주권시대를 연다.

교육자치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교육주권을 교육당사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법의 주어를 찾아보았다. 충격이었다. 왜 충격인지는 학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초ㆍ중등교육법’을 예로 든다. 교육부장관 36회, 교육감 39회, 학교의 장(교장) 40회, 교사 2회, 학생 1회, 보호자 1회다. ‘교육기본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 다른 교육법들의 주어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다. 교육법의 주어는 거의 대부분을 교육부장관, 교육감, 학교의 장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의 3주체를 학생, 교사, 학부모라고 하지만 교육법의 3주체는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장이다.

조항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실상은 더 참담하다. 교사가 주어에 해당하는 조항은 교사의 자격 기준을 정한 것과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는 것인데 정작 교사에게 교육법을 접할 기회는 주지 않는다. 학생과 보호자가 차지하는 1회마저도 학생 징계에 대해 소명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파헤치고 나니 분명해진다. 내가 바라는 교육자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교육법의 주어를 교육당사자들이 고르게 나누어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절차에서 드러났듯이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권한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많다. 교사가 학생을 평가한 결과를 두고 교장이 반려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교사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이런 부분부터 이치에 맞게 바꾸기 시작해서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도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하지 않겠나.

둘째, 교장을 학교구성원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다. 정치자치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였고, 교육자치의 핵심은 교육감 직선제였다. 그렇다면 학교자치의 핵심은 교장 직선제여야 한다. 학교에 대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교장을 언제까지 대통령이 임명할 것인가? 선출된 자는 선출한 자를 위해 일한다. 몸통 대신 꼬리만 건드리는 것이 교육자치일 수는 없다. 교장 직선제로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겠다.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도 열렸으니 이참에 이야기를 더 이어 가면 좋겠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자치는 무엇인가? 교육자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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