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시행령 공포한 날, 부품기업 방문 脫일본 독려
“임진왜란 때 日이 탐낸 건 우리 도예가ㆍ도공들의 기술력”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ㆍ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중소기업을 찾아 임ㆍ직원들을 격려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을 냈던 것도 우리 도예가, 도공들이었다”며 대일(對日) 기술 자립도 확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정밀제어용 생산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찾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밀제어용 감속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서 로봇 부품 자립화 기반을 만들었고, (이는) 우리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크게 칭찬했다. SBB테크는 일본이 주로 수출하는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감속기 자체는 일본이 분류한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베어링은 전략물자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이 부품ㆍ장비 업체를 찾은 건 지난달 4일 일본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에 제동을 건 이후 처음이다. 일본에서 주로 들여오는 부품ㆍ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을 찾은 건 일본 경제 보복을 계기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키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형상가공, 조립, 성능ㆍ품질 검사로 이어지는 감속기 제작 공정을 차례로 살펴본 뒤 임ㆍ직원과 만나,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랫동안 로봇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 도공들이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력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 제품들의 조립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자ㆍ기술자를 키워내며 신생 독립국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며 “도전이 닥칠 때마다 오히려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서 도약해온 국민들과 기업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보복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와 산업을 더 키워내실 것이라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이 세계 1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는) R&D를 좀 더 중소기업 쪽으로 많이 배분하고, 부품ㆍ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에 배분이 되도록 해달라”는 지시를 현장에서 내렸다. 앞서 한 직원은 일본과 경쟁하기에는 R&D 인력ㆍ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고충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은 품질 검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이 대기업 납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SBB테크 역시 감속기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산 부품ㆍ소재 구입과 공동개발, 원천기술 도입 등 상생의 노력을 해주실 때 우리 기술력도 성장하고, 우리 기업들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대기업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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