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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앞세운 중동항공사, 국내 유럽노선 잠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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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앞세운 중동항공사, 국내 유럽노선 잠식할까

입력
2019.08.07 17:44
수정
2019.08.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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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 항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에미레이트 항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한국-UAE 항공협정 회담에 항공사와 소비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AE의 요구대로 증편이 이뤄질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중동과 유럽행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 한편으로, 한국발 유럽 노선이 ‘오일 머니’의 지원을 받는 중동 항공사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UAE 정부는 7~8일 이틀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한-UAE 항공협정 회담’을 진행 중이다. 이번 회담에서 UAE는 현재 주 7회 운항 중인 인천~두바이 노선(에미레이트항공)과 인천~아부다비 노선(에티하드항공)을 각각 7회씩 더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항공사 중엔 대한항공이 주 7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UAE행 노선을 늘어날 경우 더 싼 가격에 유럽과 중동행 티켓을 구할 수 있다. UAE 항공사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한항공 가격보다 20~30%가량 저렴한데다 크기와 좌석이 대한항공(A330ㆍ218석 규모)의 2배가 넘는 A380(480~490석 규모)을 띄우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는 중동 항공사의 노선 확대 요구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에미레이트항공 탑승객의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의 63%가 UAE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노선을 더 늘릴 경우 국적 항공사들의 유럽행 항공 수요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에 열린 양국 항공회담은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항공업계는 중동 항공사의 저가 공세로 호주 콴타스항공이 유럽 직항노선을 대부분 없앴고, 루프트한자ㆍ에어프랑스 등 유럽항공사들도 일부 중동ㆍ아시아 노선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는 터라, 국내 국적 항공사들 역시 기존 운항 노선 정리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항공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 항공산업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항공산업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히 중동 항공사의 (운수권 확대) 요구를 차단하고 저가 공세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고 상호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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