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동서울대학 인근 먹자거리.
왕복 2차로 도로 위에 ‘빨간원 캠페인 참여거리’라는 이색적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2km 구간에 들어선 음식점과 카페 등의 출입문에는 ‘빨간원 캠페인 참여가게’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현수막과 스티커에는 ‘불법촬영 없는 안전한 거리를 만듭시다’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감시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빨간원 캠페인’은 경기남부경찰청이 2017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불법촬영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있는 휴대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주의·금지·경고 등의 의미를 상징하는 빨간원 스티커를 부착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일상에서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감시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자는 캠페인이다.
복정동 먹자거리가 ‘빨간원 캠페인 참여거리’로 불리게 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다. 인근에 위치한 동서울대와 가천대 학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몰래카메라를 근절하고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이 일대 점포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면서다. 학생들이 경기남부경찰청의 ‘빨간원 캠페인’ 공모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것이지만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먹자골목에 들어선 134개 점포 중 74곳이 동참한 상태다.
‘빨간원 캠페인 참여가게’ 1호점인 한스카페 김옥수(62)대표는 “학생들의 제안에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는 게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나부터 신뢰감이 생기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휴대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빨간원 스티커를 부착한 고객에게는 현금 결제시 10%, 카드는 5%를 할인해 주고 있다. 다른 점포들도 일부 할인을 해 주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모(34)씨는 “빨간원 캠페인이 뭔지 처음엔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며 “휴대폰을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거리가 조성되니 안심도 되고, 몇몇 점포에서는 할인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빨간원 캠페인’을 처음 제안한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2학년 이하연(22)씨는 “‘빨간원 캠페인’은 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휴대폰 몰래 촬영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일인 것 같아 나서게 됐다”며 “하지만 나 같은 학생이 주변에 얘기해 봐야 엄마, 아빠, 친구 몇 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이 자주 가는 카페와 음식점 등이 동참하면 더 많이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해 친구들과 함께 점포를 돌아다니며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휴대폰 불법촬영 범죄는 2016년 5,185건에서 지난해 5,925건으로 14.3% 증가했다.
이에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촬영 범죄 예방을 위해 역사 터미널 등 120개소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상시 점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이라며 “단속과 더불어 복정동과 같이 예방을 위한 참여거리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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