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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60˚]거세지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요구, 정말 가능할까

입력
2019.08.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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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 반일 감정 등 보이콧 의견 제기…과거에도 정치 이슈로 올림픽 불참 많아 

 정부 “대한올림픽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 

미래당 당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 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당 당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 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이 증폭되는 시점에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는 전 세계 선수단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한 대단히 위험한 도박입니다.”

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청년정당 미래당은 ‘보이콧 도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이들은 방진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 국제올림픽위원회, 한국 정부와 국회 및 전 세계 청년 시민들에게 ‘방사능 올림픽’의 위험성을 알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해서 보이콧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열릴 당ㆍ정 협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대응책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반일(反日)감정에다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 여파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더해지면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요구는 갈수록 힘을 얻는 모양새다.

 ◇올림픽 보이콧, 과거 사례 봤더니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1988년 7월 4일. 한국일보 자료사진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1988년 7월 4일.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인의 축제’인 하계 올림픽 참가는 스포츠인의 의무이자 권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거 올림픽에서 스포츠 외 이유로 보이콧이 이뤄진 사례는 많았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종차별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 아프리카 20여개 나라가 불참했다. 가장 대표적인 올림픽 보이콧 사례는 80년대에 벌어졌다. 80년 구 소련 모스크바올림픽 때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항의 의미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진영이 참가를 거부했고, 한국도 보이콧에 동참한 바 있다. 그로부터 4년후에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공산권 국가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88년 서울올림픽에는 북한을 비롯해 한국과 국교관계가 없는 쿠바가 빠졌다.

때문에 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와서야 보이콧 없는 올림픽이 가능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 이후 32년 동안 올림픽에서 모습을 감췄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스크바올림픽 이후 12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북한과 쿠바 등이 모두 참가한 덕분이다.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티베트 유혈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과 관련, 유럽 등에서도 보이콧이 논의됐고 결국 ‘개막식 보이콧 결의안’까지 채택됐다. 그러나 2008년 5월 중국에서 수 많은 사상자를 낸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분위기가 돌아서면서 보이콧은 없던 일이 됐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가 퍼지자 각 국에서 이를 문제 삼아 보이콧이 논의된 바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선수가 개인 차원에서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 골프선수 김경태도 당시 “현재 계획 중인 2세를 위해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한’ 보이콧을 해야 했던 선수들의 상처는 적지 않다. 2005년 7월 미국 LA 타임스는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미국의 모스크바올림픽 보이콧으로 꿈에 그리던 무대를 밟지 못한 체육인들이 당시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회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올림픽 출전의 꿈에 부풀어있던 미국 선수단 466명 가운데 결국 이전 및 이후의 올림픽에 한 번도 출전치 못한 선수는 모두 219명에 달한다 당시 체조선수였던 루시 커밍스는 “지금도 텔레비전을 통해 올림픽 경기 장면을 볼 때면 당시의 비통함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며 “정부 때문에 우리의 인생을 희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보이콧해야 했냐”고 반문했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정부, 보이콧에 선 그었지만… 방사능 우려 여전 

정부는 도쿄올림픽 보이콧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관련 질의에 “국제 올림픽위원회 정신에 입각해야 하며, 정부가 아닌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정부는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올림픽헌장은 정치권, 정부의 스포츠 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연일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는 것은 정부의 대(對)일본 외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엄포성 강경 발언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일본 내 방사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던 곳과 겨우 70㎞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선수들 식단에 후쿠시마산 식재료까지 쓰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은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D-365 행사 당시 “(후쿠시마 식자재를) 먹을 바에는 제 개인 음식을 챙겨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 오염에 따른 보이콧 운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 세계에서 시작됐다”며 “일본 정부가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검증 절차에 의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OC를 겸하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이달 20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선수단장회의에서 조직위원회에 방사능 안전 문제와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 등의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또 지금은 삭제했지만 한때 공식 사이트 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된 대목도 거론할 계획이다. 정치 이슈로 엮일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공식 항의가 아닌 도쿄올림픽 조직위와의 1대1 면담 형식으로 해당 문제를 거론하게 된다.

대한체육회는 또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에 대비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중 자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림픽 보이콧 자체가 갖는 의미 때문에 참가 거부를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많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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