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1가제2동 주민자치위, 조손·편부가정 소녀들에게 속옷·위생용품 선물
8월의 폭염이 도심을 달구던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성수1가제2동 주민센터. 산타모자를 쓴 어른들이 커다란 포장박스에 생리대 등 위생용품들을 집어넣느라 분주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산타모자 착용 탓에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왔지만 선물을 받을 소녀들을 생각하는지 표정만은 너무 즐거워 보였다
성동구 성수1가제2동 주민자치회가 조손ㆍ편부 가정의 소녀들에게 ‘8월의 산타’가 됐다. 성동구청은 성수1가제동 주민자치회가 올해의 사업으로 관 내 조손ㆍ편부 가정의 소녀 30명에게 맞춤속옷과 위생용품 등을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주민자치회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연이 있다. 지난해 말 한 주민자치위원이 “어머니가 없는 가정의 여자 아이들은 성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나이에 맞는 속옷을 갖춰 입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른바 ‘칠칠치 못하다’라는 평을 들으며 교우관계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초경을 시작하면 축하해 주는 가정이 있는 것과 비교가 되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라며 금방 공감대가 형성됐다.
방법을 모색하던 주민자치회는 올해 2월 마을의 어른들이 소녀들의 성장을 축하해 주자는 의미로 체형에 맞는 크기의 속옷과 위생용품을 산타박스로 꾸려 제공하는 사업을 성동구에 제안했고 선택됐다.
산타박스 안에는 소녀들이 관 내 속옷가게에서 속옷을 구입할 수 있는 3만원짜리 바우처와 5만~6만원 정도의 위생용품이 들어 있다. 주요 수혜 연령대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생들이다. 송규길 성수1가제2동 주민자치회장은 “ ‘어려운 소녀들을 돕자’라는 목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단순히 선물만 하는 것이 아닌, 돕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배려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에서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