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도쿄올림픽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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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쿄올림픽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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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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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도발에 맞서 내년 여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찬성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이라고 적힌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면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정권이 가장 공들이는 도쿄올림픽을 일본의 약한 고리인 방사능과 연계해 공략하자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0%가 보이콧에 찬성한다. 여권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대한 국제적인 불매운동이 전개될 것”이라며 보이콧 주장이 나온다. 실제 해외 언론에선 ‘방사능 올림픽’을 걱정하는 보도가 잇따른다.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음식이 선수촌 공식 메뉴에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강국들이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콧을 거론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현재 보이콧을 거론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남북한이 ‘금세기 최대의 평화축제’로 추진 중인 2032년 서울ㆍ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올림픽 무대만 바라보며 10년 넘게 훈련해 온 선수들의 희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보이콧이 자칫 스포츠인들의 꿈을 짓밟는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고대 올림픽은 ‘살상하지 않는 전쟁’을 위해 고안됐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4년에 한번 제우스 신전에 모여 레슬링 권투 등 총성 없는 전쟁을 치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은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보다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는 건 쉽지 않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남아공의 인종분리 정책에 항의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보이콧 위협으로 남아공이 축출됐고, 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선 서방 62개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불참했다.

□ 전두환이 군사정권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개최한 88 서울올림픽은 되레 평화적 정권교체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베 정권은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개헌을 밀어붙일 심산이다.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과 연대해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는 아베의 의도를 좌절시켜야 한다.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당분간 민간 차원의 문화ㆍ스포츠 교류는 계속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아베의 대응을 봐가며 언제든 올림픽 불참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만 앞장서 보이콧을 외치는 건 일본 내 배타적 국수주의를 조장하는 악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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