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신문 1면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의 총기 난사사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기사를 실었다가 독자 항의로 제목을 바꾸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NYT는 5일(현지시간) 다음날 신문 초판 1면에 ‘트럼프, 인종차별에 맞서 단합을 촉구’라는 제목의 머리기사(headline)를 올렸지만, 정치권과 언론, 독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자 곧바로 제목을 변경했다. 기사 내용은 그간 숱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분열을 촉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통합의 아이콘이 된 양 이미지 전환을 꾀했다고 꼬집었으나, 제목에는 이러한 시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었다.
미국의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지면 사진을 올린 뒤 “내일자 뉴욕타임스 1면 제목은 내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고, 수 천회 리트윗(재전송)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코리 부커 상원의원과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가 어떻게 주류 언론의 비겁함으로부터 도움을 받는지 상기시키기 위해 이 1면 제목을 그대로 두자”고 비꼬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NYT는 2판 인쇄에서 문제의 제목을 ‘총기가 아닌 증오를 공격’으로 바꿨다. 맷 퍼디 뉴욕타임스 편집 부국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 “최고 편집 회의단은 독자들의 항의를 받고 초판 제목이 부적절했음을 깨달은 뒤 바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주말 벌어진 총기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을 분석한 기자들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도 “더 좋은 제목을 뽑았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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