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외곽 임야를 중심으로 기획부동산들의 이른바 ‘지분 쪼개기’ 영업이 횡행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아 피해가 우려된다.
7일 세종지역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면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형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업체들은 가격이 싼 임야 등 토지를 웃돈을 얹어주며 잔뜩 매입한 뒤 가격을 뻥튀기해 지분을 쪼개 되파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공시지가가 ㎡당 7,400원 수준인 전의면 달전리 임야 9만9,471㎡를 ㎡당 6배 가량 많은 4만6,000원씩 총 13억8,41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이 땅을 매입가의 4배가 넘는 19만9,000원에 분양했다. 이런 방식으로 땅의 지분을 쪼개 분양 받은 투자자만 330여명에 달한다. 달전리 땅을 분양 받은 A씨는 업체로부터 수도권 물건 투자까지 권유 받기도 했다.
이런 업체들의 영업은 금남면은 물론, 장군면, 연서면, 전의면 등 세종시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
업체들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로고와 은행 이름이 포함된 ’ㅇㅇ토지’, ‘ㅇㅇ경매’ 등의 상호를 쓰고, 지역의 각종 개발호재 등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은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인근과 대전시청사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영업을 하다 기획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상호를 바꿨지만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관리비만 내면 임대할 수 있는 상가 등을 통해 사무실을 세종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와 부동산 정보업체 밸류맵은 세종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간 진행된 토지 거래(2,619건) 가운데 800여건이 기획부동산 거래 물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종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기획부동산들은 개발호재가 아주 많은 지역 근처에 있는 임야 등을 여러 회사 명의로 대량 구매한 뒤 전통적인 텔레마케팅은 물론, 온라인 영업 등을 병행해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하지만 각종 호재로 큰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현혹에 빠져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거액을 덜컥 투자를 했다간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개발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거나 토지 위치가 좋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기회가 와도 토지 소유주가 수백명에 달하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어려워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세종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 11월 ‘지분 쪼개기’ 토지거래로 인한 재산 상 피해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영업이 판치고 있지만, 시와 경찰은 “단속이 어렵다”며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경찰은 기획부동산 업체가 전문 변호사 등의 자문을 받아 법망을 피해 영업을 하고 있어 단속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법인과 개인 간 법적 문제 없이 거래가 이뤄져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는 허가를 받은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해서만 불법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는 점도 단속의 한계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일부 소유주라도 참고인으로 불러 분양 과정에서 설명이나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하는 등 조사와 단속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획부동산 투자자는 “기획부동산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문제 해결을 의지가 있다면 투자자 모집 과정 등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쪼개기 영업이 활개를 치지 않도록 행정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이나 조사에 나서지 않아 정식으로 기획부동산 업체를 고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l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