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파사현정 휘호 깜짝 선물
손학규 대표는 검찰 인사 문제 지적
“정권 협조하면 중용, 겨냥하면 좌천”
문희상 국회의장이 7일 예방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쓰인 친필 휘호를 선물했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7년 12월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문 의장은 이날 의장집무실에서 윤 총장에게 “헌법과 국민이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업무에 임하면 절대 실수가 없다”며 “국민이 기댈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폐수사를 두고 “전광석화, 쾌도난마처럼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이 지루해하고 잘못하면 ‘보복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권력에 치이고 아무 일도 못한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국민들께 보고 드렸다”며 “검찰의 법 집행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이 되지 않도록 수사 총량을 줄이되, 경제를 살려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하겠다. 특별공판팀을 운영해 재판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를 잇따라 예방했다.
이중 여상규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당한 신분이라 회동에 관심이 집중됐다. 윤 총장은 “많이 가르쳐주시고 저희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정확하게 지적해달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여 위원장은 “여야 편향되지 않게 중립적으로 (수사를) 해달라”고 말해 진행 중인 패스트트랙 수사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손학규 대표는 윤 총장 취임 뒤 검찰 내 적잖은 반발을 부른 검사 인사 편향성 문제를 지적했다. 손 대표는 “정권에 적극 협조하는 사람은 중용하고, 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검사는 한직으로 좌천됐다는데, 윤 총장이 강직함과 의지를 갖고 검찰 인사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윤 총장은 “검찰 법 집행 권한은 국민에 대한 안위를 향해, 국민과 함께 가야 된다”며 “검찰에 대한 국회의 경륜 있는 선배들의 지적에 깊이 감사 드리고 있다. 검찰에 대한 기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검찰 업무를 해나가는 데 큰 가르침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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