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현장 최고위… 여행업계 “정치권ㆍ지자체는 불매운동 자제했으면”
“민간교류는 정치, 외교 문제와는 별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알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정치적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금지하고, 청소년 교류를 막는 것이 과연 미래지향적인가.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 상호 도움이 되겠나.”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장)
여행업계가 현장을 찾은 여당 지도부를 향해 작심한 듯 절박한 호소를 하고 나섰다. ‘일본 여행금지 검토’ 등 강경 대응책이 연일 여당발로 언급되는데다, 각 지자체까지 나서 ‘일본과 교류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상황을 보다 못해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여당과 공공기관이 불쑥 초강수를 던지고 되레 민간이 자중을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발언은 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이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를 찾아 연 ‘국내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업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만든 자리다.
모두 발언에서 이해찬 대표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제대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이) 국내에서 관광하고 외국인도 관광을 많이 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의 다음 순서로 마이크를 잡은 오 회장은 앞선 발언들에 억울한 듯 “저희 여행업계는 지금 한일 문제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하지만 일부에서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인해 민간교류까지 막는 것은 자제를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에서는 ‘일본 여행금지 검토’, ‘도쿄올림픽 개최 논란’ 등의 대일본 압박책이 거론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일본과 교류 전면 중단’(경기 광명시), ‘일본 브랜드 협찬사 제외 및 일본 지자체와 교류 중단 검토’(서울시) 등의 선언이 쏟아진 상황이다.
오 회장은 또 “여행업계도 외국인을 유치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아웃바운드(Outboundㆍ내국인의 국외행) 여행사들이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행이라는 게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나가지 않겠다는 건 문제가 있는 만큼 배려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거듭 요청했다. 오직 인바운드(Inbound) 여행객만을 유치하자는 전략이 유효하지 않음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영배 사장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관광산업 발전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업계와 힘을 모으겠다”고 짧게 답했다.
냉랭한 세간의 시선에 이날 당 지도부의 분위기도 ‘신중론’으로 선회했다. 특히 중구청의 노 재팬(No Japan) 깃발 사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현장 최고위에 앞선 비공개 최고위에서 당의 반일(反日) 공세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중구청 사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의 대응은 자칫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당의 기본적 입장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시민사회에서 잘 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앞서 가서는 안될 일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참석자는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가 불을 지피고 있는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 자격 논란’에 관해서도 “여러 TF가 있고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이 입장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 대표는 거듭 스포츠와 정체, 경제는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하며 우회적인 비판의 뜻을 냈다.
다만 열혈 반일 공세로 ‘청와대 의중을 보필하겠다’는 기류나 ‘더 센 대응’을 기대하는 정서가 대세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중론이 실제 과열된 당의 분위기를 식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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