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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제분업 신뢰 깨”… 삼성, 수출규제 반복 우려에 공급선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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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제분업 신뢰 깨”… 삼성, 수출규제 반복 우려에 공급선 바꿔

입력
2019.08.0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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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산 반도체 소재 모두 교체 추진 왜?] 

 공장 멈추면 조 단위 손실 뻔한데 공급처로서의 신뢰 스스로 깨뜨려 

 반도체는 라인 안정화가 최우선… 소재 교체 작업 반복할 이유 없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조립)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조립)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이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일본산 소재를 모두 교체 하기로 한 것은 일본이 ‘안정적 소재 공급처‘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깨뜨린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1965년 수교 이후 양국 간에는 정치적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는 경제 문제로 번지지 않았고, 일본은 한국과 정상적인 수출입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 분업체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자, 향후 특정 정치 이슈 발생 때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이 멈추면 조 단위 손실을 보는 반도체 제조사가 외부적인 이유로 소재 공급을 중단하는 나라와 계속 거래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도 제외해 수출 규제 조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의 소재 ‘탈일본화 작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소재 교체 작업이 진행되면 삼성의 의도와는 별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본산 소재가 장기간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도체 생산공정은 워낙 민감해 생산라인 안정화 작업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소재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된다. 라인 안정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전부터 사용하던 일본산 소재를 장기간 수입해 쓰는 이유다.

하지만 일단 소재가 교체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산라인은 새 소재에 최적화 돼 있는 만큼 한일간 갈등이 향후 가라 앉는다고 해도 일본산 소재가 다시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한 엔지니어는 “소재 교체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입해 새 라인을 세팅한 뒤에는 일본산 소재를 쓰기 위해 굳이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며 “소재가 교체되고 나면 일본 업체들이 장기간 누린 기득권이 반대로 한국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소재 탈일본화 작업이 본격화 되자 스미모토, 스텔라 등 일본의 소재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베 정권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우호적이라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못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의 ‘큰 손’ 삼성이 일본과 거래를 끊게 되면 그 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 등 한국 업체들이 일본산 소재를 아예 수입하지 않을 경우 이들 업체의 매출은 평균 20~3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 학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신뢰를 잃은 일본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소재를 모두 대체하는 내년 2월쯤에는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반도체 전문가인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도 최근 일본 언론 기고를 통해 “한국이 일본산 포토 레지스트와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입원을 찾는데 최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입원을 찾게 되면 일본의 반도체 소재ㆍ장치 제조사는 삼성,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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