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전격 재지정… 중국, 위안화 또 절하 맞불
美中 무역ㆍ환율ㆍ군사 ‘삼각 충돌’… 세계증시 급락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세계의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지난 6월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맺었던 휴전이 한 달여 만에 깨지면서 무역 보복전에 이어 환율 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의 아시아 지역 미사일 배치 계획으로 미중 간 군사적 마찰도 고조돼 그야말로 삼각 파고가 덮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세계 증시도 급락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라며 “중국의 최근 조치에 의한 불공정한 경쟁적 이점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중국은 최근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라며 “이 같은 행태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경쟁적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빌 클린턴 정부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환율조작 국가라는 불명예 딱지를 붙여 달러 위안화 통화 가치를 둔 본격적인 쟁투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을 통제하는 중국 당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조치에 대응해 달러-위안의 7위안 상회(포치·破七)를 허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월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6일 오전 국영 기업에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령을 내리며 미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미 재무부 조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중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거의 역사적인 저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으로 불린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크게 약화할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연준은 듣고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응해 미 연방준비제도 측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도 “중국은 우리 기업과 공장을 훔치고 일자리를 해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위축시키고 우리 농업 가격에 해를 끼치기 위해 환율 조작을 이용해 왔다”며 “더 이상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맞서 오히려 위안화를 절하해 고시했다.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역외시장에서 나타날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환율 안정 채권을 발행해 지나친 환율 변동을 차단하려 안간힘을 썼다.
중국 인민은행은 6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458위안 올린 6.968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0.66% 하락했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2%로 제한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후 성명에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14일 홍콩에서 300억위안(약 5조1,468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증권은 환율 안정을 위한 단기 채권의 일종으로,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위안화 하락을 지켜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려 채권을 발행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환율 문제는 한 나라의 주권”이라며 “중국은 미국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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