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하면서 우리 외환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원화와 위안화는 평소 미 달러화 대비 환율 동조성이 유난히 강한 터라 환율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원화 약세 흐름이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환율 급변에 적극 개입할 의지를 밝히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달러당 1,220원선을 뚫고 전일 종가보다 8원 가까이 높은 1,223원까지 치솟았다가 보합 마감(1,215.3원)했다. 장 초반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개장 전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위안을 돌파하며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는 미ㆍ중 환율전쟁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의 예고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 초반엔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이후엔 중국 인민은행의 환율 관리 방안(300억위안 규모 중앙은행증권 발행 통한 유동성 흡수) 발표가 시장 안정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위안화 절하 기조를 유지할 경우, 통화가치가 위안화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원화의 약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개월 간 원ㆍ달러 환율과 위안ㆍ달러 환율의 상관계수(1에 가까울수록 동조성 강함)는 무려 0.950으로 다른 통화를 압도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한중 간 실물경제 연계성이 높다 보니 금융시장에서도 한국을 중국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대부분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연말까지 2~3% 추가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16년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섰다가 외국인 자금 대량 이탈을 경험한 중국 입장에선 환율 조정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환율을 대미 항전의 ‘무기’로 꺼내든 이상 과감한 위안화 절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HSBC는 “미국이 예정대로 다음달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단행하면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9% 넘게 절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강력한 외환시장 안정화 의지를 피력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가지고 과도한 시장 불안에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로 자의적 판정이 가능한 ‘종합무역법’을 동원하면서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 급변동에 개입할 여지가 더 좁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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